제퍼슨의 고전적 건축물 재현 시도는
새로운 건국에 걸맞은 건축문화 창조
이는 오늘날 강대국 미국의 바탕이 돼

▲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

뉴욕 맨해튼의 샌트럴파크를 산책했다. 도심의 100만평이 넘는 센트럴파크는 1853년에 부지를 선정, 거대한 바위와 호수 등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만든 공원이다. 보스턴 코먼(Boston Common) 공원을 본뜬 설이 있지만 샌트럴파크 주변의 특이한 풍경이 나를 사로잡는다. 공원 내 ‘벨베데레성’뿐만아니라 인접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및 주변의 고층 주택건물, 그랜드 센트럴 역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이 바위에 기초한 고대 건축 양식이었다. 이같은 품격 높은 건축문화를 유행시킨 자가 누구였을까.

신대륙의 최초 거점 도시인 보스턴이나 200년 전 건설된 계획도시인 워싱턴D.C 의 공공건물은 고대 건축양식이다. 하바드 대학을 비롯한 모든 미국 대학 건물도 고대 건축 양식을 선호했다. 250년의 건국 역사에 불과한 미국의 수준 높은 건축문화에 놀라울 뿐이다. 과연 이런 건축문화를 선도한 지도자가 누구일까하는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해답은 워싱턴D.C의 건물 역사에서 구할 수 있었다. 위싱턴 대통령의 위업을 기념해 1885년 세운 170m의 기념탑은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쌓는데 37년이 걸렸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본뜬 것이다. 미연방의사당 역시 고대 건축 양식에 따라 지었으며, 링컨기념관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모방했다. 파르테논 신전은 도리아식 석주 건축양식으로 그리스 건축의 가장 빛나는 걸작이다. 제퍼슨기념관은 로마의 판테온 신전의 축소판이다. 판테온 신전은 서양건축사상 불후의 명작이다. 이처럼 워싱턴D.C는 백악관은 물론 대부분의 공공건물과 박물관, 미술관, 성당, 워싱턴의 중앙역사마저 고대건축 양식을 따랐다.

아름답고 품격있는 미국의 건축문화를 이끈 지도자는 정치가, 교육자, 철학자로서 독립선언서의 기초자이자 제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1743~1826)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루이지애나를 매입해 미국 영토를 2배로 확장했다. 미국 건국초기 프랑스 대사, 국무장관, 2대 부통령, 철학협회 총재, 버지니아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문서화했으며, 자신이 설립한 버지니아대학에 신학과를 두지 않았다. 그는 건축예술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엄숙함을 중요시했고, 인간의 본성은 선하기에 교육을 통해 자치의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자신의 농장주택 몬티첼로를 팔라디오식의 고전 양식으로 설계했으며, 이는 미국 주택 양식의 하나로 이어졌다. 제퍼슨은 1792년 수도 워싱턴의 도시계획을 추진, 대통령 임기 중에 리트로브에 명해 의회 의사당을 완성했다(1803). 이와 같이 미국 행정기관 건물들이 그리스·로마 신전 같은 복고풍의 연방양식(Federal style)인 이유는 제퍼슨의 영향 때문이었다.

그는 로마시대의 메종카레를 본 딴 버지니아주회 의사당을 시작으로, 버지니아대학 건물을 손수 설계했으며. 이 건물은 몬티첼로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고대건축 양식에 입각한 제퍼슨의 신고전주의 건축물의 시도는 유럽전통의 계승자로서 새로운 국가의 건국에 걸맞은 건축 문화를 창조했다. 로크의 정치사상에 영향을 받은 제퍼슨은 자유의 극대화와 아름다움과 예술적 교육을 통해 신천지 개척으로 황폐해진 미국민의 심성을 순화시켜 보편타당한 판단력을 가진 민주시민으로 변화시키려고 했다. 이와 같은 제퍼슨의 아름다운 고대 건축미의 재현이라는 선각자적 실천이 오늘날 강대국 미국 건설의 바탕이 되었음을 확인 알 수 있었다.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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