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울산지역에 미치는 여파는

물관리 관련3법 국회통과로
국토부 협의기관서 제외돼
절차 다소 간소화 됐어도
맑은물 공급 현실문제 여전
가뭄에 식수싸움 더치열해져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가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보존으로 촉발돼 십수년째 겉돌고 있는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 해결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사실상 ‘제로’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와 이원화돼 있던 물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일원화됐을 뿐, 지자체간 생존권으로서의 ‘식수 싸움’ 프레임이 여전한데다, 이를 해소할 법·제도적 장치는 아직도 없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열어 물관리 일원화 관련 3법(물관리기본법·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토부 물관리 업무 가운데 하천 유지·관리 업무를 제외한 수량 업무와 조직이 환경부로 넘어간다. 이관되는 조직과 인원은 수자원공사, 국토부 수자원국, 4대강 홍수통제소 등 5000여명이다.

지역 정치권은 법안 통과를 울산의 부족한 청정수원 확보와 직결시키며 긍정적 전망을 쏟아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한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영천댐과 운문댐은 수량이 풍부할 뿐 아니라, 댐 하류에 울산시와 같은 물수요가 많은 지자체와 공단이 적어 정부 주도로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시민들에게 맑고 좋은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물관리일원화법이 통과된 것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물관리 일원화가 울산의 식수문제 해결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관리권 일원화로 국토부가 협의 기관에 빠지면서 다소 간편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물을 끌어올 지자체와의 복잡한 이해관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이 단적인 사례다.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은 2009년 7월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반구대 암각화 대책에 따른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사연댐 수위조절 및 수문설치 방안이 추진되면서 본격 논의됐다. 사연댐 수위를 조절해 암각화를 보전하려면 울산의 식수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대구권의 취수원을 구미로 옮기고 운문댐 식수를 울산에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즉 울산시민의 주 식수원인 사연댐 수위를 낮출 경우 하루 공급량이 3만t 이상 줄어들게 돼 청도 운문댐에서 하루 7만t을 끌어와 울산의 부족한 식수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운문댐 물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대구시의 취수원을 구미 상류로 이전하는 경북·대구권 맑은 물 공급계획이 해결돼야 하는데 그동안 구미시의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현행 법·제도, 그리고 정치적 역학관계 때문에 운문댐 뿐만 아니라, 영천댐, 임하댐, 밀양댐의 물을 해당 지자체와 협의없이 강제로 울산으로 끌어 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부터 올해초까지 일어난 장기 가뭄으로 지자체들이 식수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울산에 물을 내어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졌다. 오히려 장기 가뭄의 여파로 운문댐의 용수공급이 지난 2월부터 중단되면서 지자체들간의 식수 싸움이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국토부 소속 한 관계자는 “환경부로 일부 관리 업무가 넘어갔을 뿐이지, 물관리 일원화와 울산의 식수 해결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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