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와 대화·교감하는 선거운동
쌍방 소통하는 선거를 통해
시민 모두의 축제로 승화시켜야

▲ 이근용 와이즈유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후보자들이 시장 골목을 누비며 깍듯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선거철마다 보는 장면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악수하느냐가 선거운동 성패를 좌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유권자들의 의견을 듣고 정견과 공약을 설명하기에는 만남의 시간이 너무 짧다. 광역지자체의 경우는 그래도 몇 차례 후보 TV토론회를 갖지만 기초지자체장 후보의 경우는 60분 남짓의 TV토론 한 차례에 공약과 인물을 알려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큰 뉴스에 가려서 지방의 이슈가 덜 부각되고 열기도 예전 같지 않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큰 담론의 정치에서 미세한 생활정치로 전환된 정치 풍경 속에서 지자체장과 의원을 뽑는 선거는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바꾸는 문제와 직결된다. 촛불민심 반영의 의미를 갖는 ‘지방정부’의 자치권 강화 방향으로 개헌이 예견되는 상황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도 이번 선거는 소홀히 다루어질 수 없다.

선거운동과 마케팅은 지지와 선택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선거유세나 광고홍보 활동을 캠페인이라는 용어로 같이 지칭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초기 마켓1.0 시대에서 최근 마켓4.0 시대로 전환돼 오기까지 시장의 주된 흐름은 주도권이 판매자에서 소비자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소비자 권리가 강화되고, 타깃 소비자가 세분화되면서 요구가 다양해지고, 소비자간 소통과 연결이 시장을 좌우하는 방향으로 변화돼왔다.

선거운동이나 마케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유권자나 소비자, 즉 타깃의 성향과 요구를 얼마나 미세하고 정확하게 포착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2010년대 초 이후 기업들은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서점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책을 안 읽는다고 위기감을 느껴 빅데이터 분석을 한 결과 소비자들의 책을 읽는 행위가 줄었을 뿐 읽겠다는 니즈 자체는 여전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서적 유통업’이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유통업’이라는 새로운 산업형태의 방향을 설정했다. 한 제약회사는 멍든데 바르는 연고를 개발하고 마케팅 타깃과 포인트를 잡기 위해서 빅데이터 분석을 한 결과 멍 치료제의 경쟁자는 의외로 계란으로 멍을 없앤다는 민간요법이라는 점과 멍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의 시장이 어린이 시장의 네배나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성형이나 외모관리에 적극적인 여성들을 타깃으로 설정해 마케팅을 전개했다.

선거 캠페인에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성공한 사례로는 흔히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선캠페인을 예로 든다. 오바마 캠프는 2012년 미 대통령선거 재선 캠페인 당시 유권자들의 다양한 개인정보를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활용하고 유권자 개개인을 상대로 정밀한 맞춤형 선거운동을 펼쳤다. 소유 차종과 구독하는 신문, 구입상품 브랜드와 교회 참석 여부 등을 파악해 유권자 개개인의 컴퓨터 스크린에 맞춤식 배너를 내보내는 형식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유권자 정보는 유권자 등록리스트와 정치헌금 기부, 신용카드와 대출 정보, 슈퍼마켓 카드 등을 통해 얻고, 페이스북이나 구글 플러스 등 소셜미디어에서 뽑아낸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운동이 갈수록 개인 맞춤형으로 변화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나노 타깃팅’ 또는 ‘마이크로 타깃팅’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허용범위가 넓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관점에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촘촘하게 인터뷰하고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개개인의 성향과 요구에 맞는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 리스닝’을 했다고 보기도 한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자원봉사자들이 가구별로 방문조사하고 거리 인터뷰로 파악해 실시간으로 캠페인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후보자가 선거철에 스치듯 눈웃음과 악수로 만나고, 당선 후는 시민과 진정한 대화, 교감 없이 일방행정을 펼치는 시대는 지났다. 한분 한분의 유권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시민이 겪는 중압감, 고단함을 살피고, 시민의 요구와 바람을 세심히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쌍방소통의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럴 때, 선거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근용 와이즈유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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