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상희공주의 입술이 하지왕의 입술을 포개었다. 아래의 쾌감에 부드럽고 달콤한 감각이 더해지자 죽어 있던 온몸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뻣뻣하던 살과 뼈와 관절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왕은 상희공주가 자신과의 교합을 사랑의 확인이나 감정의 교환보다는 자신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한 의술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명의 화타는 사람의 혀 아래에는 두 개의 구멍이 숨어 있다고 했다. 이 두 구멍 이름은 옥영과 화지로 평소에는 잠룡처럼 엎드려 있다가 남녀의 방사가 시작되면 이 구멍이 벌어져 상대의 향기를 탐한다고 한다.

하지왕은 달맞이꽃이 달빛에 의해 벌어지듯 그녀의 입술에 의해 그의 혀 밑 두 구멍이 한껏 벌어짐을 느꼈다. 하지왕은 코로서 도저히 감지할 수 없는, 혀 밑에서 열린 두 구멍인 옥영과 화지로서만이 느낄 수 있는 방사의 냄새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교합에 의해 막혔던 혀밑 구멍이 열리듯, 맹독으로 막혔던 온몸의 경혈이 열렸다. 그는 비로소 마비된 채 누워 있던 침상에서 일어나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청신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상희공주의 겨드랑이에는 바닷바람처럼 향긋한 땀내가 났다. 머리카락은 고소한 호두기름 같았고, 국부에서는 수련의 꽃다발 같은 향기를, 그리고 투명할 정도로 깨끗한 피부는 살구꽃 향기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성분들이 서로 결합되어 앵두꽃, 패랭이꽃, 장미꽃, 감귤향, 재스민과 안식향이 어우러진 냄새가 났다.

처음엔 머리에서 가슴과 다리로 내려 왔다가 다리와 허벅지로, 국부와 배와 가슴으로, 목과 얼굴을 거쳐 머리카락으로 훑어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그는 매끈하고 부드러운 그녀를 안으며 교합했다.

상희공주는 극렬한 신음소리를 내며 전신을 파도처럼 뒤채었다.

하지왕은 그녀의 혀 밑을 빨며 구멍을 찾았다. 그녀의 입안에서 풍겨나는 달콤하고 새큼한 앵두 맛과 향을 그의 옥영과 화지로 맘껏 흡인한 뒤 말했다.

“정말 이런 느낌 처음이오.”

“이제 회복되었나 봐요.”

그녀는 희열의 얼굴로 하지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공주가 마른 나무 등걸처럼 죽은 내 몸을 살렸소. 고맙소.”

“아, 정말 흥분이 돼요.”

하지왕의 움직임에 그녀가 앓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접문을 자극했다.

“아, 난 하지 오빠가 좋아요. 신라 실성왕과의 혼인을 취소할래요.”

“…….”

“오빠에게 시집갈래요.”

 

우리말 어원연구

옥영(玉英)과 화지(華池)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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