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시계의 압도적 정세로
지방선거 시계는 제대로 작동않아
미래의 정치불안 예방은 국민들 몫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지금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키며 쉼없이 움직이는 ‘두 개의 시계’가 우리에게 있다. 첫 번째 시계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시계이고, 두 번째 것은 지방선거를 위한 시계이다. 그 두 시계의 시간은 각각 별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북한 비핵화 시계가 지방선거 시계를 압도하고 있다. 모든 이슈가 첫 번째 시계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지방선거 이슈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여당은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지지율을 믿고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뜨리는 듯한 분위기이다. 하기는 각종 보도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여당이 압승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반해서 야권 전체는 분열되어 지리멸렬하니 대북 이슈 이외에서 아무리 죽을 쒀도 여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망이 좋기 때문에 그리하는 것이리라. 대북 이슈가 워낙 파급력이 커서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만 보이고, 야권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으니 야당 입장에서는 대북 이슈를 장악한 정부·여당 편으로 기울어진 정치운동장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번 멈춰서서 생각해 보자. 현 집권당의 주류는 폐족선언까지 하면서 몰락한 이후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 2012년 대통령 선거,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각종 재선거 및 보궐선거에서 연속적으로 패배하였다. 심지어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선거에서도 현 여당이 이겼던 기억이 별로 없었다. 사실 구 여권에서의 국정농단 사건이 없었다면 현 여당이 19대 대선에서 그렇게 쉽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역설적이게도 구 여권이 몰락한 이유 중에서 가장 으뜸은 각종 선거에서 ‘이유없이’ 승리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선거가 되었든 선거는 그 나름의 의미와 심판기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이 ‘그냥 승리’하였고, 그것이 곪고 곪아 터진 결과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집권 이후 1년이 지난 현 정부와 여당의 경제정책 성과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문제 제기가 되고 있고, 집권세력 내부에서조차 고위관계자들 간에 현 경기상황 판단에 관한 날선 공방이 오고갈 정도로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에서는 이를 북한문제로 덮는 분위기이다. 북핵문제가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것은 지방선거와 별 상관이 없다.

현재의 상황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급속하게 진전된 남북한 화해 분위기와 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정치일정 속에서 국민들이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어안이 벙벙한 채 북한비핵화 시계의 시간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나 지방정부의 정책 등은 제대로 된 관심도 못받고 있다.

6월13일은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일이다. 지방선거는 풀뿌리민주주의의 표상으로서 지역의 살림살이를 맡을 시민의 공복을 선출하는 지역축제적 성격의 정치행사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시계는 지역 유권자들이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선거 이슈들과 선거 일정에 맞춰서 돌려야 한다. 후보자 및 정당들은 누가 지역의 현안에 대하여 더 합리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더 도덕적인지, 어느 정당이 지역의 미래 먹거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이 있는지를 가지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또한 그러한 관점에서 냉철하고 정확하게 후보자들과 정당들을 비교하여 가장 적합한 후보자와 정당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북한비핵화 시계와 지방선거 시계가 있다. 이 두 개의 시계를 각각 제시간에 맞도록 돌리는 것이 지금 우리 국민들이 할 일이다. 한 쪽의 시간이 다른 쪽의 시간을 빨아들이는 것은 미래의 불행한 정치를 양산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일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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