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상희의 파혼, 고구려 상희공주와 신라왕 실성과의 혼약은 단순이 두 사람의 결혼이 깨지는 것이 아니다. 상희공주는 철저하게 계산된 정략결혼으로 혼인동맹을 통해 남진정책을 수행하겠다는 장수왕의 의지의 표현이다. 실성왕도 고구려의 힘을 빌리기 위해 아들까지 낳은 아류부인을 왕비의 자리에서 내쳤다.

하지왕이 움직임을 멈추며 말했다.

“고구려왕이 된 오빠가 허락하겠소?”

“나는 음모가인 실성왕이 싫어요. 그 늙은 여우에게 후처로 갈 이유가 뭐가 있어요? 난 하지 오빠가 좋아요.”

“힘이 없고 내 목숨조차 부지하기 힘든 나를 왜 이렇게 생각하는 거요?”

“나도 사랑이나 외모를 먹고 사는 여자는 아니에요. 보는 눈이 있다고요. 아버지도 하지 오빠를 제왕의 그릇이라고 높이 봤어요. 때문에 임종의 자리에서 오빠를 대가야의 왕으로 책봉한 거예요. 이제부터 오빠에게 내 운명을 걸래요.”

상희공주는 실성과의 혼약을 파기하고, 왕위를 잃은 가야의 상갓집 개와 결혼하려고 했다. 그것은 고구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의의 추락을 의미한다. 더욱이 실성왕은 상희공주처럼 혈통의 정당성을 확보한 인물이 아니다. 신라의 정통 혈통은 내물왕계다. 석씨계의 어머니를 배경으로 방계인 그가 음모로 내물왕의 왕자들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른 그는 고구려의 지원과 도움이 절실했다. 혼인동맹의 일방적 폐기가 신라와 가야에 미칠 파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것이다.

“실성왕은 신경 쓰지 마세요.”

“하지만 고구려왕인 거련이 우리의 혼인을 인정할까?”

“엄마와 거련 오빠는 하지 오빠의 대가야왕 자리도 인정하기 않을 것이고, 더욱이 우리 둘의 관계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거요?”

“난 광개토대왕의 딸이에요. 나의 운명을 개척할 거예요.”

상희공주는 엉덩이를 뒤틀어 체위를 바꾸었다. 그동안 하지에게 쌓인 모든 회포를 오늘 한꺼번에 풀어낼 심산인가. 둘 사이에 한 차례의 격정이 지나갔다. 하지는 절정의 구부능선까지 올라갔으나 파정 직전에서 간신이 억제되었다. 그것은 마치 거센 비바람이 불다 폭풍 직전에 잠시 멈춘 고요와 같았다.

상희공주는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살거렸다.

“내가 당신을 책임질게요.”

“오빠인 내가 당신을 책임지겠소.”

“오빤, 이거 처음이죠?”

“처음이오. 동경은 했지만 이렇게 황홀한 줄 몰랐어요.”

하지왕은 그녀의 입술에 접문했다. 한 차례 식은 몸에서 다시 불이 솟아올라 둘은 붉은 몸이 되었다. 하지왕이 근을 내리자 상희공주는 달을 본 암늑대처럼 교성을 지르며 엉덩이와 허리와 젖가슴을 뒤틀었다. 정염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타올랐다.

 

우리말 어원연구

접문(接吻): 입맞춤, 키스.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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