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 후보자들과 선거관계자·언론 등은 선거가 전부인양 떠들썩하지만 유권자들은 냉랭하기만 하다. 유권자들이 투표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등한시하기 때문은 아니다. 지방선거가 우리동네의 일꾼을 선택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거리 유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이 큰 이유다. 차량 유세, 현수막 게재 등의 공식선거운동의 방법이 유권자의 눈높이와 많은 격차가 생긴 때문이다.

오래 전에는 학교운동장에서 후보자들이 합동연설회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연설을 들으러 운동장에 갈까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 때는 합동연설회를 손꼽아 기다렸다.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었고, 합동연설회가 당락을 좌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권자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 어렵게 되자 합동연설회가 폐지되고 유권자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교통요충지에서 지지호소 방송을 하고 떼지어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십수년째 공식선거운동기간의 선거운동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변했다. 후보 얼굴을 알리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거리를 혼잡하고 시끄럽게 한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거리를 뒤덮은 현수막도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다. 도시미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민들은 오히려 미관을 해치고 간판을 가리는 무분별한 현수막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영세상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내거는 작은 홍보물, 문화행사를 알리려는 배고픈 예술인들의 현수막 하나도 단속하던 정부가 선거철이라고 해서 후보들에게는 막무가내로 현수막을 내걸도록 허용하는 것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게 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방분권의 강화와 함께 지방선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본보가 지난 5월30일부터 6월1일까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시장후보지지도를 묻는 질문에서 없음(2.5%)과 잘 모름(4.25%)이라는 응답자가 6.75%(중앙선관위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 불과할 정도다. 후보가 5명으로 가장 많은 북구청장 선거의 경우에는 6.6%(지지후보 없음 3.1%, 잘모름 3.5%)만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땡볕 아래서 땀흘리며 율동을 하고 있는 운동원들이나 많은 비용이 들어간 차량과 현수막을 보면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방법이 유권자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공식선거운동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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