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달아오르고 있다. 밤보다는 낮이 긴 요즘 같은 시절에는 퇴근 후 짬을 내어 아파트 뒷산이라도 가볍게 오르고 싶다. 오후 7시30분까지도 제법 환하게 밝아 바깥 활동을 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다. 몇년 전까지는 틈날 때마다 뒷산을 오르며 맑은 공기도 마시고, 시원한 산바람도 만끽하면서 생활의 여유를 느끼기도 했는데…. 지금의 학교로 전근을 오면서부터는 출퇴근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생활의 여유도 적잖이 줄어들었다. 대신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뉴스나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시간이 늘었다.

얼마 전에 들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329호, 멸종 위기 종 1급인 반달가슴곰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에 살았지만 일제강점기 때 해수구제 사업으로 개체수가 많이 줄었고, 한때는 웅담 때문에 밀렵이 끊이지 않아 멸종 직전에 이른 보호종이다. 이러한 사정이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방사하고 보호하는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지금은 제법 많은 개체수가 번식, 사람들이 다니는 등산로근처에도 출현하는 경우가 있어 등산객들의 주의를 당부하기도 한다.

지금쯤 지리산의 반달가슴곰은 ‘상사리’라는 둥지를 만들어 그 위에서 먹이를 먹거나 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할 것이다. ‘상사리’는 반달가슴곰이 여름이나 가을철에 먹이 열매가 있는 나무 위에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낮잠용 둥지를 말한다. 일부러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무 위에 달린 열매를 모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한다. 반달가슴곰은 숲 생태계의 우산 종으로 먹이 활동 중에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숲의 하층부까지 햇빛이 들게 해 키가 작은 식물이 잘 자라게 하며, 또, 섭취한 열매 속의 씨앗을 배설물과 함께 여기저기 퍼뜨려 숲을 풍성하게 한다. 이러한 씨앗은 발아율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TV를 보면 산삼을 캐러 다니는 심마니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심마니들에게 반달가슴곰은 매우 인기가 많을 것 같다. 어딘가에 자연산 산삼의 씨앗을 배설물과 함께 퍼뜨려 두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실제로 산에서 반달가슴곰과 마주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솝우화 ‘곰과 두 친구’에도 나오듯이 곰은 인간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이른 아침과 해 질녘에는 더욱 그러하다. 가급적 이 시간에는 등산을 피하고 최소한 3명 이상이 함께 다니고 배낭에 종을 달거나 라디오를 켜 놓아 사람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겠다. 아직까지 울산에 있는 가지산이나 문수산에서 반달가슴곰이 출현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방사 사업이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볼 때 이르면 5~6년 후에는 문수산 등산로 입구에도 반달가슴곰의 출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지지 않을까? 위험하고 거친 동물이나 왠지 단군신화의 ‘웅녀’ 때문인지 아니면 ‘쿵푸 팬더’에 나오는 ‘포’ 영향인지 친숙한 느낌과 선해 보이는 눈망울을 떠올리게 된다. 환경오염으로 잃어가는 우리의 숲을 반달가슴곰이 더욱 풍성하고 비옥하게 잘 가꾸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곰과 인간의 상부상조. 조화로운 자연생태계를 꿈꾸며.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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