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뒤에서 문을 연 그녀의 계곡은 마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맹수의 입과도 같았다. 앞에서와 달리 뒤에서는 양기가 소진될 때까지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이빨이 있고 게다가 탄력마저 넘치는 엉덩이 사이의 뒷골짜구니에 들어간 경험이 있다면 단근의 두려움과 함께 극도의 쾌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하지왕은 첫 경험이었다. 맹수의 강한 이빨을 쾌락으로 바꿀 수 있는 타고난 물건이라도 경험이 없었다. 그저 저릿한 기운과 먹먹한 기분에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분간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기이하고 질펀한 쾌감 속에서 자꾸만 아련한 죄의식과 무거운 마음에 짓눌렸다.

엉뚱하게도 어릴 적 같이 놀던 배꽃 같이 하얀 소라의 얼굴과 쌀알처럼 투명한 백제공주 다해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청초한 꽃잎 같이 하늘거리며 다가오는 환영들에게 입맞춤하며 허청허청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상희공주는 달랐다. 그녀는 가슴이 볼록해지고 거웃이 거뭇거뭇할 때부터 자신의 시종과 여러 번 교합할 기회를 가졌다. 시종들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었다. 그들의 양물은 크기도 모양도 제 각각이었다. 귀두의 모양, 굵기와 길이의 대소장단, 강직도와 휜 정도가 물건마다 달랐다. 음낭수냉법, 인단법 등 인위적 양생법을 거친 물건이 있는가 하면 골풀무와 망치로 담금질 된 백련강처럼 강하고 끈질긴 물건도 있었다. 그녀는 그 차이를 비교하며 느낄 정도로 숙달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왕의 것은 이제 막 애벌레에서 허물을 벗고 나온 잠자리처럼 부드러운 자연산이었다. 간지러운 솜털조차 느껴질 정도였다. 맹송맹송하면서 달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녀는 뜨거운 담금질을 하기 시작했다. 골짜구니에서 튀어나온 톱날들이 그의 연하면서도 성이 난 살을 깨물며 잠자고 있는 쾌락의 말초들을 일깨웠다. 골풀무에 강하게 바람을 불어넣었고 어느새 지펴진 작은 불덩이가, 자잘한 말초의 불씨들을 모아 크고 뜨거운 불덩이가 되어 온몸을 굴러다녔다.

하지왕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애멜무지로 애벌레같은 양물을 뻗대며 흔들어대었다. 쾌락이 단전과 척추를 타고 뇌로 올라가 온몸의 경혈을 자극하면서 그예 무너지고 말았다.

“으, 윽.”

하지왕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뒤에서 파정했다. 골즙이 온몸에서 흘러내리는 듯했다. 상희공주는 웃으며 하지왕에게 말했다.

“이제 마마의 몸이 완전히 회복된 듯하네요. 사랑해요, 낭군님.”

그녀의 말에는 나른한 행복감이 실려 있었다.

“아, 공주……”

하지왕은 살과 뼈가 녹진녹진 녹아내려 죽음보다 깊은 수면에 빠졌다.

며칠 뒤 상희공주는 말을 두 마리 준비했다. 둘은 밤도와 말을 타고 국내성을 빠져나왔다. 객잔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두쇠와 텁석부리는 두 사람을 인도하며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그들이 대가야에 당도했을 때 어라성 성문 밖에서 명림원지와 박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말 어원연구

단근(斷根): 생식기가 잘림.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