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지난 일주일 동안 필자가 지휘하는 합창단을 인솔하여 베트남 나트랑에 다녀왔다. 인구 40만여 명의 소도시인 나트랑은 바닷가 휴양도시로서 유럽인들, 특히 러시아인이 많았다. 그들은 이곳에서 한 달여씩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Vietnam(비엣남)을 ‘베트남’이라 부르는 나라는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다. 일본식 발음이 우리에게 그대로 전파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영어를 미국식으로 발음하고 있지만 필자는 아직 구세대에 속하는 증거라도 남기려는지 ‘베트남’이라 발음하여 ‘비엣남’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 할 때도 있었다.

이 ‘비엣남’의 음악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많이 닮았다. 역사적, 정서적으로 비슷해서 그런지 중국음악의 영향을 받은 유교 제례음악도 있고, 수많은 외침의 흔적인지 애조를 띠는 트로트풍의 노래도 유행이다. 더 큰 공통점은 ‘비엣남’의 국민성 중의 하나가 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래방 기계를 집에 두고 노래를 부를 정도이며,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이 나라는 ‘음악’하면 전통적인 음악을 의미하고 외국음악은 그저 외국음악이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외국의 팝음악도 좋아하고 즐겨 부르며 ‘K팝’에도 열광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배우고 익혀야 하는 클래식 음악은 아직 많이 뒤쳐져 있다.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악가들이 연주하러 가면 그 수준과 연주력에 감동을 하며 배우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우리나라 합창단의 연주회를 비롯해 피아노나 성악 독주회 등에서는 교류는 물론 배우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간절하게 표현한다.

지금 한-베 사이는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가 활발하다. 특히 축구에서는 대한민국을 배우며 축구 유학을 꿈꾸는 어린이들이 많다. 음악 분야에서도 우리가 세계적으로 이루어 놓은 유명 연주를 즐겨들으며 연주가들의 방문을 염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와서 음악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음악도들도 많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우리의 수준 높은 음악을 좀 더 자주, 좀 더 많이, 들려주고 보여주고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일정이었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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