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협력업체 경영악화 직격탄
정유·석유화학-인력운용 방안 해법 고심중
조선-법 기준 충족 사실상 불가능

▲ 다음달 1일부터 주당 법정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무시간 단축제’가 시행되면서 울산 산업계도 해법찾기에 분주하다. 사진은 현대차 생산라인 모습. 경상일보 자료사진

자동차
연구·개발 경쟁력 약화 우려
협력업체 경영악화 직격탄

정유·석유화학
정기보수기간·여름 휴가철
인력운용 방안 해법 고심중

조선
해양 시운전 직종 가장 문제
법 기준 충족 사실상 불가능

7월1일부터 주당 법정노동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무시간 단축제’ 시행이 임박해오면서 울산 산업계가 해법찾기에 분주하다. 특히 당장 근로시간을 줄여야하는 300인 이상 대기업은 시간선택제, 유연근무제 등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을 강구중이나, 일부에선 여전히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시행이 2020년 1월1일 이후로 유예된 중소기업계는 추가 비용부담 등 경영악화 우려로 벌써부터 좌불안석이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산업형태에 맞는 근로시간 단축제를 적용해야한다는 울산 산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 “R&D 경쟁력 약화…중소부품업계 경영악화”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주당 52시간 근무제도를 위한 근무 형태 정비를 마무리했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축된 근무시간만큼 생산량도 줄어들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생산직에서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시행 중이다. 특근도 토요일에 최장 8시간만 허용해 한주에 48시간 이상 일하지 않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연구·개발(R&D) 분야의 경쟁력 약화다. 신제품 구상부터 설계, 부품 개발, 조립·평가, 시험 운행, 출시까지 최소 1년 이상 동안 많은 연구원들이 야간 근무·주말 근무를 하면서 문제점을 수정·보완해야하는데 이런 집중 연구개발 업무가 여의치 않게 된다.

또 신차의 경우 주문량이 많을 경우 생산량을 늘리는 부분도 고민이다. 임금 감소 문제도 노사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특히 협력업체나 중소부품업체들은 근로시간 단축은 곧 경영악화로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북구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현재 하루 10시간씩 주·야 2교대제로 운영중인데,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주말 특근이나 잔업이 대폭 줄어들어 손해고, 회사는 추가로 인력을 고용할 만큼 여유가 없어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유·석유화학업계 “정기보수, 공장증설 시운전시 준수 어려워”

SK이노베이션, S-OIL 등 정유화학업계는 평상시 근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정기보수, 공장증설 시운전, 휴가철 등에는 단축된 근로시간 준수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상시 4조3교대, 평균 42시간인 생산직(생산·정비·시운전 등)의 경우 2~3년꼴인 정기보수기간(T/A)에는 2조2교대, 주당 최대 84시간(1일12시간) 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작업정지(Shut Down)부터 작업개시(Start Up)까지 최대 2개월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2주 이내(노사단체협약시 3개월)의 탄력적 근로 시간제로는 부족한 상황이며, 만약 보수기간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2개월 정도의 보수기간을 위해 인력충원을 하더라도 정기보수가 완료된 뒤 평상시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아 향후 잉여인력이 될 공산이 농후한 실정이다. 여름 휴가철 등 근로자가 장기·집중적으로 이탈하는 시기에도 근로시간 초과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은 이와 관련, “2~3년에 한번씩 단행하는 정기보수 기간에 인력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이 많다”며 “(탄력근로제 등) 남들이 하고 있는 것 다해볼 것”이라고 토로한바 있다.

◇조선업계 “해상 시운전 52시간 준수 불가능”

일감절벽의 위기에 직면한 조선업계도 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방안을 강구중이나, 해상 시운전 직종은 뾰족한 묘수가 없어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양 시운전은 계약서에 지정된 해역으로 선박을 이동시킨 다음 상선의 경우 최대 3주, 군함·잠수함 등 특수선은 6개월~1년, 해양플랜트는 수개월 이상 해상에서 실제 운항 조건으로 검사를 수행한다.

장기간 해상에서 시운전하기 때문에 중간에 근로자 교체가 불가능하고, 승선 근로자를 증원하면 안전·해난사고, 거주구역 협소 등 위험요소가 증가하게 된다.

특히 기상이 악화하면 작업을 중단하고 피항·비상대기 등의 조처를 하는데 약속한 공기를 맞추려면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분야로 대체인력 수급에도 어려움이 많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관계자는 “해상 시운전 직종은 알면서도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을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경우 안전사고 발생 우려는 물론 품질저하에 따른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정유·석유화학, 건설, IT업종의 특례업종 추가 등 보완 대책 마련을 정부 부처에 건의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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