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아마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마음과 육체의 병을 얻은 이들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모습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를 치유하고 온전해질 수 있는 곳, 안전하고 평화로운 자신만의 영역, 이곳을 스페인어로는 ‘퀘렌시아’라고 한다. 동물도 다치거나 지치면 자신만의 퀘렌시아를 찾는다고 한다. 강호에 병이 깊어 송강 정철이 누웠다던 죽림(竹林)은 송강의 ‘퀘렌시아’다.

푸르고 울창한 녹음 속에 사는 것은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3배 이상 건강하고 비만을 포함한 만성질환을 40%까지 감소시킨다는 것이 최근 의학계의 보고다. 생태계 건전성을 포함한 자연환경이 행복지수는 물론이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울울창창(鬱鬱蒼蒼)한 자연환경이 바로 스스로를 치유하고 온전해 질 수 있는 가장 좋은 ‘퀘렌시아’인 것이다.

‘퀘렌시아’가 가능한 것은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생태학의 기본원리 때문이다. 양자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봄은 모든 입자는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얽힘 상태에 있다(비 국소성의 원리, non-locality principle)고 했다.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은 거시적 물질세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이를 ‘거시적 양자 현상’이라고 한다.

특히 자연과 인간은 섬세하게 연결되어 있다. 체로키 인디언들은 살다가 고난이 닥치거나 힘들면 숲속으로 자신이 정해둔 나무를 찾아가 교감의 시간을 가진다. 만지고, 껴안고, 기대면서 한나절씩 나무와 지낸다고 한다. 이미 그들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온전해지는 법을 알았던 것이다.

동양의 사상 역시 자연과 인간은 서로 어우러져야지만 공존할 수 있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한다. 자연은 영원한 우리들의 ‘퀘렌시아’다. 자연의 품속은 우리를 고요함으로 이끌고 스스로의 치료를 가능하게 해준다. 지금 사방은 울울창창 녹음(綠陰)으로 가득하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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