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학생에게 쌀은 어디에, 밀가루는 어디에 쓰느냐고 물어보았다. 모두 한결같은 대답이다. 쌀은 밥하는데, 밀가루는 빵만드는데 쓴다고 대답한다. 배가 고프면 밥이든 빵이든 가릴 게 없다. 그러나 간혹 밥과 빵 중 어느 쪽이 건강에 좋으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쌀밥과 식빵을 단순비교하면 영양면에서 거의 우열을 구분할 수 없다. 모두가 모자라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한가지만 먹을 경우 틀림없이 영양불균형으로 어딘가 탈이 나게 된다. 빵이나 밥은 그 성분이 대부분 당질이다. 몸에 좋다고 하는 단백질, 지질, 비타민, 무기질의 함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밥이나 빵은 비만과 관련된 공포의 당질식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단백질의 경우 고기나 생선과 같은 식품에는 100g중 20g전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비해 빵 100g 중에는 8~10g 정도, 밥에는 그보다 훨씬 적은 2.6g 정도 들어 있다.  단백질로만 비교한다면 빵은 밥보다 최저 4배 가까이 단백질이 많은 셈이다. 그러나 단백질은 양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많은 양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도 그 속에 들어있는 아미노산의 균형과 질이 형편 없으면 가치가 땅바닥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빵은 밥을 따라 갈수가 없다. 즉 단백가가 높은 밥에 손을 번쩍 들어 줄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유럽이나 미국사람들은 빵으로 일상식을 삼는다. 왜 영양가가 좋지 않은 빵을 일상식으로 선택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빵 외에 부식을 듬뿍 먹기 때문이다.예를 들면 고기, 생선, 달걀, 우유, 치즈 등 단백질 식품을 빵보다 더 많이 먹는다는이야기이다. 이런 식사법은 단백질의 섭취량을 증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빵의 단백질영양가를 높여준다.  고기나 생선, 달걀과 같은 단백질 식품은 필수 아미노산인 리진(lysine)을 많이 가지고 있다. 만약 아침에 빵 1쪽에 달걀 2개, 그리고 햄 1장을 발라 먹으면 단백질의 섭취량은 빵만 먹었을 경우 3.4g이었던 것이 19.0g으로 높아져 빵을 6개 정도 먹는 꼴이 된다. 단백가도 44에서 100으로 2.3배 가량 높아져 완벽한 영양조화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먹으면 단백질 부족은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밥을 주식으로 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사도 살펴보자. 밥에 김치, 된장, 그리고약간의 반찬을 함께 식탁에 올린다. 그렇지만 밥의 편중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식사법으로 밥과 빵을 비교하면 밥쪽이 훨씬 영양가가 뒤떨어진다. 그런데 만약 밥과같이 달걀과 고기를 섞어 먹으면 빵 먹는 것에 비해 단백질의 양과 질이 훨씬 높아진다.  예를 들면 밥 한그릇(150g)에 달걀 2개, 햄 1장을 함께 먹으면, 단백질 섭취량은 밥만으로 3.9g이었는데 19.5g으로 늘어난다. 단백가도 78에서 100이 되어 양과 질 모두 빵의 경우를 앞서게 된다.  같은 반찬으로 빵이나 밥을 먹을 경우 밥으로 먹는 쪽이 훨씬 영양가 높음을 알 수있다. 밥을 먹는 것이 빵을 먹는 것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 부식 먹는 법, 즉 식사 내용이 안 좋기 때문이다. 밥을 먹을 때에 반찬을 많이 먹으면 영양균형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울산대학교교수·식품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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