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다방면의 교류협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남측의 남아도는 쌀문제, 북측의 식량난의 현실이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라는 이질적인 남한과 북한의 미래 통합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농업분야의 기능적 협력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1988년 대북한 경제개방조치를 통해 북한산 농수산물 반입이 허용되면서 남북간 농업교류협력은 시작되었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는 농업분양의 양적, 질적인 확대를 가져왔으나 쌀 차관 제공 및 비료, 영농자재 지원과 같은 일방적인 지원형식이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남북관계와 정세를 고려할 때, 이제는 장기적인 이익증진과 상호보완적 관점의 농업부문 교류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그동안 논의되었던 농업부문 상호보완 유형은 논농사 중심의 남한과 밭농사 중심의 북한 사이에 식량생산의 역할분담 및 분업생산 정도이다. 하지만 남북한 모두 화해협력 단계, 연합단계, 완전통합 단계의 단계적 통일 방안을 상정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통일에 대비한 남북 농업협력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실현해 가는 발전단계를 상정하며, 발전단계별 농업협력의 기조를 설정하는 등과 같은 거시적 접근 방식이 농업 교류협력의 성과를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상호보완적인 농업체계를 실현하는 남북 농업협력의 첫 번째 단계는 북한의 농업생산력을 복구하여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쌀·비료 지원과 자본과 기술지원을 통한 농업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북한의 농업생산력이 정상적으로 복구된 것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농업협력을 통해 낮은 수준의 상호보완적 농업체계를 형성하는 단계이다.

쌀 생산에서 우위가 있는 남한과 잡곡생산에서 비교우위가 있는 북한의 밭농사 사이에 식량생산의 역할분담 및 분업생산체계 구축이 이 시기의 과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은 상호보완적인 농업체계를 고도화시켜 남북농업의 통합체계를 구조적으로 정착시키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농촌인구감소와 농가소득의 정체속에서 북한의 농업개발과 상호보완적인 교류협력은 한국농업의 위기속의 기회이다.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농업분야 협력을 통해 한국농업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어쩌면 예상 외로 빨리 도달될 수 있는 남북간 교류협력과 통일의 시대에 대비할 때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