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남목중학교 교사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말 그대로 나라를 보호한 분들의 공훈에 보답하자는 달이다. 지난 6일 현충일에는 순국선열들을 기리기 위해 거리 곳곳에 조기가 게양돼 있었다. 한국전쟁 기념일에는 달력도 한 번 보지 못한 채 숨 가쁘게 출근한 나를 향해 학생들이 “선생님, 오늘 6·25에요”라고 먼저 알려줄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날 수업을 하는 반의 학생들과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 최근의 남북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다가 본 수업을 시작할 것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가르칠 때면 일제 강점기의 통치 정책을 가르치는 부분부터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평소 수업을 열심히 듣던 아이들은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일어난 일이 마치 나의 일인 듯 감정이입을 한다. 거기다 평소엔 나를 쳐다보는지 칠판을 쳐다보는지 헷갈리는 아이들마저 목소리에 힘을 실어 질문을 한다. 당연히 교과서 한장이 넘어가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와중에 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까지 진도를 나가려면 몇 차시가 더 필요할지 재빨리 계산을 한다. 진도를 계산하는 이유인즉슨 아이들과 얼른 독립군가를 부르고 싶어서다.

재작년부터 근현대사 수업을 할 때마다 수업 한 시간을 할애해서 독립군가를 가르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독립군가는 1910년대 젊은 독립군들이 필승의 의지를 다지면서 불렀다는 작사 미상의 곡으로 펑크 밴드 크라잉넛이 편곡한 후 많이 알려졌다. 광복 70주년에는 육군 장병들이 이 곡에 안무까지 더해 제작한 영상이 인기를 얻었다. 스마트폰을 정말 똑똑하게 잘 쓰는 우리 아이들은 메시지로 보내준 링크 영상을 보며 몇 번씩 흥얼거리고 나면 금세 1,2절과 후렴구를 다 외워서 따라 부른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가세.” 아이들은 이 부분을 부를 때마다 신이 나 있다. 수업을 마친 후에는 복도를 지나가다가 “나가, 나가”를 외치는 모습을 마주하기도 한다. 또박또박한 글씨로 선생님과 함께 독립군가를 부른 추억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편지를 적은 아이들도 있다. 열심히 부르고 기억해주는 것이 대견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1910년대 만주의 매서운 바람을 한 모금도 들이켜 보지 못한 우리가 독립군의 심정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계속 의문이 든다. 일상 속에서 생존의 위협을 거의 느껴본 적이 없는 우리들의 이해가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말 혹은 21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의 청년들과 청소년들은 ‘나’보다는 ‘우리’가 중요했던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나’보다는 ‘우리’ 더 나아가 ‘조국’을 위해 기꺼이 산화한 분들을 이해하고 그분들이 겪은 시간과 사건들을 향해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은 젊은 세대에게도 꼭 필요하다. 오히려 그 노력은 젊은 세대에게 더욱 더 필요하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한국전쟁 중 희생된 분들의 삶 속에는 왜 우리가 서로 돕고, 공유하고, 더 큰 가치를 꿈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으므로.

6월이 아직 절반 이상 남았다. 5월에 가르쳤던 독립군가를 이번 주에 한 번 더 불러볼까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주심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이정현 남목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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