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하지왕과 상희공주는 명림원지와 박지를 만났다. 박지는 하지왕에게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를 했다. 하지왕은 박지의 손을 잡고 일으키고 함께 대가야의 어라성으로 들어갔다.

어라성에 봄이 왔다.

백성들이 하지왕을 ‘하지대왕 만세!’를 외치며 기쁨으로 맞았다.

하지왕은 어라궁의 대정전과 연못, 정원수를 보며 감개가 무량했다.

상희공주는 정원의 아그배나무를 보며 말했다.

“어쩜, 나뭇잎이 이리도 고울까.”

“가야의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자라서 그럴 거요.”

“그래요, 이곳 남쪽 나라는 참 따뜻해요.”

“어릴 때 겨울 고구려에 갔을 때 참 추웠소. 지금도 고구려를 생각하면 추웠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어릴 때 잘 대해주었던 나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지 않고요?”

“하하, 그 추운 날씨에도 공주는 따뜻한 기억으로 떠오르지요.”

“거짓말.”

둘은 손을 잡고 정원과 마당을 지나 대정전으로 들어갔다.

하지왕은 정변으로 잃은 왕위에 다시 올랐고, 즉위 후 고구려 공주 상희를 왕후로 맞아들였다. 이로서 대가야는 고구려와 든든한 혼인동맹을 맺게 되었다.

하지왕은 군사인 명림원지와 더불어 대가야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낡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가야를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왕은 지난 번 대가야왕에 즉위했을 때는 너무나 어렸다. 그때는 경륜도 심복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청년 하지왕 곁에는 명림원지라는 탁월한 군사와 우사와 모추, 후누와 소마준 등 뜻을 같이하는 많은 유능한 신하들이 있었다. 하지왕은 대가야가 다시 22 가야제국의 맹주로 복귀하고 신라와 백제에게 잃어버린 열두 가야를 되찾아 가야일통을 이룬다는 국가목표를 분명히 했다.

어머니 여옥은 그동안 박지의 간계적 배려로 여전히 내시 근대와 함께 무탈하게 지냈다. 한적하고 비좁은 자미원에 유폐되어 있던 여옥과 근대는 다시 넓은 태후궁으로 돌아왔다. 여옥은 여전히 하지왕이 어리다는 이유로 수경과 근대를 내세워 섭정정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왕은 어머니 태후의 정치 관여를 엄히 금하고 친정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지가 차지하고 있던 나라의 집사에는 태사령 우사를 앉혔다. 우사는 자리를 극구 사양했지만 하지왕의 간청에 의해 집사의 자리를 수락했다.

박지는 외교의 수장인 교신지 자리가 주어졌다.

후누를 비롯한 하지왕의 측근들의 반대가 심했고, ‘정변의 주범인 박지를 죽여야 한다’는 원성이 잦았지만 군사 명림원지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비록 박지는 정변의 주범으로 죽어 마땅하기는 하나, 장차 가야일통을 이루는데 꼭 필요한 인물입니다.”

 

우리말 어원연구

싶다: 【S】sipuda(시푸다), 【E】want, desire. 우리말 고어는 ‘시프다’이다.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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