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유명해져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 이정헌 서울뮤직위크 감독 영남대(예술행정학) 강사
다양한 문화자산 이름난 것보다

능동적으로 축제 기획·운영시켜

최소 하나쯤 유명하게 만들어야

“유명해져라, 그러면 네가 X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미국의 팝 아트 작가 앤디 워홀이 한 말로 회자되어 왔지만 최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미술을 대중에게 돌려주려는 그의 의도나 마르셀 뒤샹에 의해 공장에서 만들어진 변기가 전시되던 당대의 현대미술이 가진 시대정신에 맞물려 앤디 워홀의 손을 떠나 동시대 대중예술과 미디어, 그리고 팬덤 현상과 트렌드의 등장과 퇴장을 설명할 수 있는 명제가 되었다.

그렇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TV 드라마와 예능, 영화, 광고 등의 대중 미디어와 SNS를 통해 만들어진 소위 셀럽이라 불리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유명한 혹은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 경선에서 승리하고 본선에서도 당선되는 선순환(?)을 정치의 계절인 요즈음에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본인의 부고 기사가 아니라면 그것이 부정적인 뉴스일지라도 자신이 언급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정치판의 속설이고 보면, 유명해진다는 것은 다른 어떤 덕목이나 가치보다 앞서는 듯 보인다.

유명해진다는 것에 대한 실로 다양한 논의 중에서 오늘은 어떻게 유명해 질 것인가, 그 유명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보자. 또한 이것을 울산의 축제와 문화정책으로 수렴하고 환원해서 생각해보자. 우선 유명해질 대상이 있어야하고 그것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또한 그 대상이 차별성과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이 모든 것들을 기획하고 실행할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

어떤 분야든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은 성공과 실패의 최종심급이다. 가장 가깝고 쉬운 부산의 예를 들어 타산지석으로 삼아보자.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는 부산을 상징하는 것이 자갈치 시장이나 해운대가 아니라 부산영화제가 되었다. 영화제나 영화영상산업이 부산 시민 다수를 먹여 살리지도 않고 모든 부산시민이 영화산업에 관심을 두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시아의 가장 유명한 영화제가 된 부산영화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부산시민의 자긍심이 되었고 더불어 정부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을 비롯한 영화영상산업의 기관과 많은 전문 인력들이 부산으로 이주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울산 시민이 자랑스러워 할 문화산업 분야는 무엇인가. 아쉽지만 아직은 없다. 축제로는 시가 주최하는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과 처용문화제, 고래축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마두희축제, 그리고 민간에서 주최하며 올해로 19회를 맞는 울산재즈페스티벌 등이 있고 장생포 미술창작공간과 옹기마을, 수십년 째 보존과 관리 등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등이 있다.

이 중 어느 것이 다수가 동의할 만한 대내외적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가? 물론 지역마다의 고유한 문화적 자산을 토대로 한 축제들이 모두 다 유명해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민들의 세금이 투입되어 만들어지는 축제라면 최소 하나쯤은 유명하게 만들어 나쁠건 없지 않은가.

결국은 사람이라면 울산문화재단, 울산발전연구원, 고래문화재단 등 축제기획과 문화정책 수립 및 실행에 관련된 이들 기관이 울산시나 구청이 하던 일을 대행하거나 연구용역을 의뢰받는 것이 아니라 공공문화영역의 싱크탱크 역할까지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기획과 정책 수립, 실행까지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이들 기관의 인적·구조적 인프라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이정헌 서울뮤직위크 감독 영남대(예술행정학) 강사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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