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형 광역 급식지원센터 필요

학생 건강과 직결 친환경급식

▲ 안창률 울산 북구청 농수산과 농수산유통담당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며 한 때 무상급식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돼 버렸다.

불과 몇년 전 무상급식 논쟁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었던 어느 지역의 정치인은 6·13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현재 초·중·고 전체 학생에 대한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었다.

울산지역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울산시와 울산시교육청, 구·군간 협약을 통해 2018년부터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실시를 협약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앞다퉈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 공약을 발표하고 있으니, 초·중·고 전체에 대한 무상급식 확대도 시간문제인 것 같다.

무상급식과 함께 더 깊이 있는 논쟁을 해야 할 것이 친환경급식이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울산 북구청에서는 초·중·고교 전 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 1인당 한끼 300원의 친환경 식재료비를 지원하고, 친환경 식재료는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구매해 배송하고 있다.

친환경급식지원센터는 북구청이 직접 설립해 동구청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시설이다. 단순히 급식 전반에 대한 지도 감독만 하는 기관이 아니라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한 정책 수립을 시작으로 각종 위원회를 운영하며, 시민사회단체와 생산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 운영위원과 영양교사 간담회 등을 실시해 정책의 이해와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식재료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에 대한 잔류 농약 속성검사와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식용란 검사와 수산물 방사능검사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친환경 식재료에 대해 알리기 위해 현장체험도 지원하고, 학교 현장에서 식재료 교육도 진행한다. 올해부터는 유치원 유아들까지 대상을 확대해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친환경급식센터의 첫 번째 목적인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것이다.

친환경급식센터의 두 번째 중요한 목적은 지역 농어가 육성을 통한 소득 창출 및 증대다. 친환경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지방비 예산은 지방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순환경제’가 센터 설립 목적에 포함돼 있다. 이미 전라권 등 일부 시·도에서는 장기간 기획생산과 농가 교육을 통해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농수산물 90% 이상을 지역에서 생산, 소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북구 관내 학교에 납품한 농산물 중 지역농산물은 공급량의 약 30%인 4억원 정도였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계약재배를 통해 만들어낸 작은 성과다. 올해의 경우 학교마다 의무적으로 지역 농수산물을 사용하도록 해 공급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하반기부터 운영될 농산물 전처리시설에서의 지역 농산물 공급량까지 더하면 전체의 60%인 8억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북구와 동구만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학교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제 광역단위 급식지원센터 도입을 고민할 때다. 이를 통해 구·군간 차이 없이 식재료 안전성 강화의 원칙 속에 아이들의 건강권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지역 농어가 육성을 위해 적어도 지방비 예산은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경제순환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울산은 친환경 무상급식 사업의 후발주자다. 그러나 도농 복합도시라는 장점을 살려 울산형 광역 급식지원센터가 설립된다면 친환경무상급식 제도의 선도도시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안창률 울산 북구청 농수산과 농수산유통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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