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지식·경험도 공유…공유형 연구실 ‘모두의 연구소’

▲ 서울 양재R&CD 혁신허브 1층은 개방형 소통광장으로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구조로 각종 학술토론회와 포럼이 열린다. 사진은 ‘모두의연구소 AI Tech Networking 세미나’에서 류봉균 박사가 특강하는 모습. 모두의연구소 제공

양재 R&CD 혁신허브
서울시가 설립한 AI 특화 앵커시설로
협업프로그램·인재매칭등 마련
6인 미만 기업·예비창업자 수두룩
카이스트·모두의연구소가 공동운영

모두의 연구소
함께 연구하는 열린 연구소 표방
총 35개 모임 300명의 연구원 참여
대학생부터 40·50대 직장인도 있어
불황속 울산 ‘공유형 연구실’ 절실

공유경제는 개인이나 집단, 대중 간의 유휴자원 공유를 근간으로 하는데, 최근들어 이 공유의 영역이 광범위해졌다. 가장 흔한 공간(장소)에 대한 공유는 물론 교통과 물건 등에 대한 공유도 있다. 여기에 경험·재능·지식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관심사가 같은 주제로 묶인 사람들이 공간을 빌려 함께 연구하는 방식의 공유경제 모델이 한국에서 탄생해 주목받고 있다.

◇협업·개방 AI 전문인력 양성소 ‘양재 R&CD 혁신허브’

서울시는 미래 핵심산업인 인공지능(AI) 분야에 특화된 인재양성과 기업육성, 연구촉진 역할을 하는 앵커시설로 만들고자 서초구 양재동에 ‘양재 R&CD 혁신허브’를 설립했다. R&CD는 연구개발을 뜻하는 R&D에 융합(Connection), 창의력(Creativity) 등의 개념을 추가한 표현이다.

이곳은 인공지능 연구와 함께 전문연구원과 아이디어가 있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협업프로그램, 스타트업과 기술자를 연결해주는 인재매칭, AI관련 다양한 포럼과 소통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지난 4월30일 오후 양재 R&CD 혁신허브가 조성된 한국교원총연합회(한국교총) 회관을 찾았다. 회관 건물 내 4개 층(1·5·6·8층)이 혁신허브를 위한 장소로 제공됐다.

▲ 모두의연구소 혁신허브에 입주한 회사들과 멤버십회원들이 업무를 진행하는 회의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1층은 개방형 소통광장 형태로 혁신허브에 관심있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코워킹스페이스와 강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대 150명까지 모여 학술토론회 등 각종 행사나 포럼이 열린다.

5층은 개방형 협업공간이다. 혁신허브에 입주한 회사들과 멤버십회원들이 프로젝트를 벌이는 회의실은 물론 고급스러운 라운지가 펼쳐져 있었다. 편한 캐주얼 차림의 사람들이 모여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서로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 자유롭다. 6인 미만 기업 및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개방형 사무공간에서도 환한 컴퓨터 불빛에 의지해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6층과 8층에는 인공지능 특화기업들을 위한 사무실이 마련돼 있다. 현재 12개 기업이 입주해있는데, 한달에 ㎡당 5000원만 내면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다. 가령 43㎡ 사무실을 이용한다고 할 때, 한달에 20만원만 내면 관리비와 전기세 등을 모두 해결하는 셈이다.

▲ 개방형 협업공간이 마련돼 6인 미만 기업 및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사무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 혁신허브는 AI 분야 교수진과 연구원을 보유한 카이스트(KAIST)와 4차산업 분야 연구 모임을 기획·운영하는 ‘모두의 연구소’가 공동으로 운영을 맡고 있다.

딥러닝 컬리지(DLC) 운영총괄을 맡은 모두의 연구소 박은수 연구위원은 “직장인, 고등학생 등 딥러닝에 관심이 많은 30명을 선발해 3개월 과정으로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며 “향후에는 참여기업에 맞는 인재선발은 물론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갈 것이다. 또 연구 대학원생이 없어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는 교수님들과 협업 프로젝트 등 인공지능에 특화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연구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스케치만 그리면 이미지를 만들어내거나, 사람의 입술을 읽어 말을 이해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지식과 경험도 나누는 공유형 연구실‘모두의 연구소’

카이스트와 함께 서울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혁신허브 공동 운영을 맡고 있는 모두의 연구소는 이름 그대로 ‘서로 함께 연구하는 열린 연구소’를 표방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두의 연구소’에는 대학생부터 40~50대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랩장(연구리더)과 함께 연구 노트를 만들고, 논문 발표나 개발 등 각자 주어진 과제를 수행한다.

만약 회사를 다니다가 평소 하고 싶었던 연구나 만들고 싶었던 무엇인가가 있다면 본인이 직접 이곳에서 연구실을 개설해 랩장이 된다. 모두의 연구소는 이 과정에서 홍보를 통해 관심분야가 비슷한 사람을 모집한다. 연구실이 개설되면 연구교수와 스터디를 통해 연구와 스터디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공간은 물론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대가는 1인당 월 5만5000원 수준이다.

현재 모두의 연구소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은 300명이 넘는다. 연구모임도 35개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곳 모두의 연구소를 통한 공동연구로 실제 스타트업까지 이뤄진 경우도 있다. 또 책을 쓰거나 연구소에서 배운 실력으로 국내 유수의 IT기업에 들어간 사람도 많다.

단순히 공간을 나눠 쓰는 ‘셰어링 오피스(공유 사무공간)’에서 발전된 ‘코워킹 스페이스(협업 공간)’보다도 더 앞서나간 지적공유 공동연구의 형태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별도의 연구공간을 갖추기 힘든 상황에서 연구인력 확보에도 버거운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창업기업의 경우 이같은 형태의 공동연구 방식이 비용 및 시간 절감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실제로 모두의 연구소는 지방분원에 대한 요청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산업도시라 불리는 울산에서도 이같은 형태의 공유형 연구실이 마련된다면 불황에 허덕이는 지역 기업들의 새 먹거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김준호기자 kjh1007@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 모두의 연구소 김승일 소장이 운영방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뷰]모두의 연구소 김승일 소장
“더불어 사는법 알려주는 교육 지향”

“모두의 연구소는 누구에게나 열린 연구공간으로, 남과 하는 경쟁이 아닌 상생과 협력의 힘을 믿는 곳입니다.”

인터뷰동안 ‘모두의 연구소’ 김승일 소장에게 느낀 점은 괴짜같다는 것이다.

LG전자 연구원 출신으로 꽤 좋은 성과를 냈던 그는 돌연 사표를 내고 새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모두의 연구소를 ‘새로운 형태의 대학원 또는 대학교이자, 집단 지성의 연구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모두의 연구소에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아낌없이 내놓는 콘셉트와 문화를 지향한다. 나이와 학력을 따지지 않고, 많이 알면 많이 아는 대로, 조금 알면 더 열심히 공부해서 서로 가르쳐 주는 방식이다”며 “‘뭉치면 강하고, 함께가야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살고 있다. 더불어 사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모두의 연구소가 꿈꾸는 교육이다”고 밝혔다. 글=김준호기자·사진=김동수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