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수 특별취재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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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정치·행정권에서 김기현 시장만큼 ‘승승장구’ 한 정치인은 드물다. 판사출신에 국회의원 내리 3선을 거치면서 원내대변인과 원내 수석부대표, 당내 최고 선출직인 원내사령탑과 동시에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당정책위의장 등을 두루 거친 중진이다. 그것도 50대 중반에 말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2014년 지방선거에선 울산시장 도전은 아예 생각조차 없었는데 공천을 따내 시장까지 됐다. 당시의 ‘공천 스토리’를 복기하면 한편의 드라마다. 3선중진 강길부 의원은 당내 시장 공천티켓의 재도전에 목을 매다시피 했고, 국회부의장을 지낸 4선중진 정갑윤 의원 역시 물밑에서 시장도전을 강하게 타진했다.

막강한 권력을 움켜진 박근혜 집권부는 당연히 친박근혜의 중심부인 정갑윤쪽으로 9부능선까지 기울고 있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동남권 공천지형 때문이었다. 박근혜 집권부는 부산시장 카드로 친박핵심 서병수 의원을 뽑다보니 울산에도 친박계인사를 공천할 경우 당내 역풍을 우려했다. 정 의원이 전격 포기하는 대신 ‘대타로 김기현 카드가 급부상했고, 김 시장은 정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등의 적극지원으로 ‘강길부’와 ‘김두겸’(전 남구청장)을 동시에 격파한뒤 화려하게 시장에 취임했다. 김 시장은 50대 역동성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겸비했다는 점에서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는 예상보다 엄청컸다.

그런데 기자는 민선6기 시장에 취임한 김 시장의 첫 인선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20년 국회출입과 10여년의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권력핵심부는 물론 지방행정부 성패의 단초와 시그널은 첫 인사에 있기 때문. 모든 실국 산하기관이 중요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 소위말하는 울산시 행정부의 핵심 ‘빅5’자리는 미시적·거시적 시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 그렇다.

이 가운데 핵심중의 핵심은 시장 비서실장이다. 비서실장은 어떤 자리인가? 청렴성과 도덕성은 기본이다. 시정을 훤히 꿰뚫는 거시적 안목과 고도의 정무적 판단력은 물론 공직내부 기강과도 직결되어 있다. 때문에 정치권력이든 시행정의 리더이든 ‘25시간 지근거리’ 비서실장에 대한 인선은 곧바로 시정의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이 아니다. 크고작은 민원에서부터 청와대와 총리실, 중앙 17개 부처와의 긴밀한 가교역, 국회와 정치권과의 관계에 브릿지 역할의 중심부다.

때문에 자연스레 시정의 최고 권력 중심부로 부상하게 된다. 민원인이 시장을 만나고 못만나는 것에서부터 언론 취재·인터뷰에 이르기까지 유관 실국과의 조율을 넘어 상황에 따라선 통제시스템도 가능한 실세 중 한명이다. 그런데 김 시장의 비서실장은 어떠했나? 김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의 패인에는 ‘문풍’(문재인 대통령의 고공여론)과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12 북미정상이 펼친 세기의 리얼리티의 영향이라고 애써 위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의 판단은 다르다. 여야 지도부 공히 초반 동남권 가운데 ‘울산 김기현=재선성공’이라는 등식을 부인하지 않은 이유 역시 고도의 정치력과 친화적, 경쟁력, 5년연속 행정평가 상위 등이 굳건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시점에 둑이 무너진 배경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김 시장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비서실장은 논란의 진위를 떠나 도덕성만큼은 강력한 미사일과 핵과 비수에도 ‘방탄실장’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송철호 당선인의 민선7기 시장취임이 10여일 남짓 남았다. 수천명에 이르는 시청은 물론 구·군청 공무원 모두 기대가 클 것이다. 송 시장당선인이 취임후 첫 인선은 곧 ‘송철호 호(號)’가 울산정부를 어떻게 그랜드디자인 할 것인가 ‘리트머스’인 동시에 인사철학과도 직접 관련 있다. 김 시장의 취임초 인사와 연관시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다. 지면을 빌어 송철호 당선인의 시장 취임을 ‘선 축하’하는 동시에 김기현 현 시장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김두수 특별취재본부 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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