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사엔 정답이 없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 인정하고
문제해결은 의지·용기로 가능

▲ 배상문 위앤장탑내과원장·내과전문의

간혹 학생들이 병원에 와서 학교 제출용 진료확인서를 요구한다. 대부분 복통, 두통, 설사 등의 애매한 증세를 호소한다. 아프다고 하니 거부할 수는 없다. 이만한 걸로 학교를 빠졌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웬만하면 학교 가지 그랬어?” 네가 뭔데 간섭이냐는 표정이다.

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 과거 전두환 정권이 내세웠던 말이다. 아버지는 이 말을 무척 좋아했다. 당신이 성실했으므로 잘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성실치 못한 사람이 더 잘사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도 ‘금수저’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그리 부러워하지도 시기하지도 않았다. 나도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도 있었다. IMF이후 TV에 예쁜 연예인이 나와 온 국민들에게 부자가 되라고 외쳤다. 너도 나도 부자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다.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 부자가 되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패자가 되었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는데 나는 왜 부자가 되지 못했을까?

보상은 노력의 양과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노력한 것 보다 작게 혹은 더 크게 주어진다. 어쩌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노력으로 다 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금수저는 노력해서 금수저가 되었나? 혹자는 돈 많은 부모에게 태어나는 것도 실력이라고 한다.

일본 젊은이들을 ‘사토리 세대’라고 부른다. 사토리는 깨달음, 득도라는 뜻이다. 꿈이나 욕망없이 현실에 만족하며 득도한 사람처럼 살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꿈도 야망도 없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다. 결혼과 자녀도 생각하지 않는다. 욕망을 줄이고 소비에는 관심이 없다. 장기불황으로 인한 무력감,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꿈을 이루기 힘든 세상에서는 꿈을 꾸지 않는다. 희망이 없기 때문에 노력도 하지 않는다. 누굴 원망한다고 달라지지도 않고 괴롭기만 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는 법을 발명했다. 꿈을 꾸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세상, 열심히 일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세상이라면 노력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운이 좋은 세대가 있는 방면 운이 나쁜 세대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삶을 살아내고 있다. 세상은 그들에게서 희망을 빼앗았지만 스스로 행복을 찾아내 살아간다.

지인의 자녀가 우울증에 걸렸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했다. 비록 명문대는 아니지만 4년제 대학에도 진학했다.

대학에 가서는 모든 일에 의욕과 흥미를 잃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방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어른들의 말을 너무 잘 들은 죄, 용기 내어 반항하지 못한 죄, 자신의 인생을 남에게 맡겨버린 죄 때문은 아닐까?

우리 사회는 정답이 정해져 있다. 그 길로 안가면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지만 인생의 길은 하나가 아니다. 인생은 하나의 농담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답이 없는 수수께끼 같은 농담. 심각할 필요도 진지할 필요도 없다. 농담을 못 받아치고 심각하게 대답하는 센스 없는 짓은 하지말자고 다짐한다.

다람쥐는 자신이 못생겼다거나 다른 다람쥐보다 도토리를 많이 못 모은다고 자살하진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여 자살을 택한다.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 놀고 싶으면 놀아야 한다. 명분은 다음에 찾으면 된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일본과는 다르다고 믿는다. 촛불 혁명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용기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싱그러운 젊음이 있다.

배상문 위앤장탑내과원장·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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