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기 BK ENG(주) 회장전 삼성정밀화학 상무

70년대, 군 복무를 강원도 최전방에서 했었다. 그 시절에 만난 친구 중 유별난 친구가 있었다. 언제나 군모를 푹 뒤집어 쓰고, 땅바닥만 바라보는 꾸부정한 자세로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당시 진중 독서를 권장하는 지휘관의 방침에 따라 읽을 책을 구해야 했었는데 군대에서 책을 구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었다, 이때쯤 이 친구를 만났었는데. 그 친구의 사물함에는 책들이 언제나 많았다.

혼자 독서하는게 취미였던 그 친구를 위해 후방에 있는 가족, 친구들이 보내준 책들은 진중의 귀한 보물들 이었는데, 그 책들이 인연이 되어 그 친구와 친해질 수 있었다. 닥치는 대로 읽고 독후감 쓰며 둘은 많이 친해졌다.

어느날 그 친구와 나는 같이 외출하게 되었고, 모처럼 술도 많이 취했을 때 평소 궁금하고 답답하기까지 했었던 꾸부정한 자세, 시선을 피하는 이유 등을 물어 보았다.

“넌 왜 걷는 자세가 그 모양이냐? 군인은 어깨를 쭉펴고 씩씩하게 걸어야 되는것 아닌가?” 그 친구 대답이 참 황당했다. “꼴보기 싫은 놈들이 많아서 그래” 그래도 사회생활을 그리하면 곤란하다며 설득하려고 노력을 해 보았지만 고집스런 그의 생각은 조금도 바꿀 수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출생과 동시에 가족과 함께 있게 되며, 성장하면서 확대된 사회관계 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를테면 친구, 회사, 단체 등의 여러 사회집단과 관계를 맺어가며, 집단속에서 성장하고, 그 속에서 영향을 받기도하며, 공감도 하고, 협력도 하며 때론 자기 중심을 넘어 상대중심, 조직중심으로도 살아야하는게 올바른 삶의방식이고 성공된 삶을 위한 방편이라고 믿고 살아 왔었다.

그런데 나이들면서 싫어하는 사람들이 한둘 생기기 시작한다. 물론 그 사람이 내게 나쁜 짓을 했던 것도 아니고 실제로 나쁜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그 사람들만 보면 온종일 기분도 나쁠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없으면 내 인생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때도 있고 그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까지 한다.

자신이 살아 오면서 겪었던 여러 일들이나 경험들을 통해 형성된 자신만이 생각과 관념, 가치관 등이 알게 모르게 굳어졌기 때문인가? 내 생각과는 다른 행동이나 생각들을 접하게 되면 거부감을 느끼며 “저 사람이 틀린 것이다”라고 결론 내리고, 미워하기까지 하는 것 같다.

그 군 친구와 헤어진지도 벌써 45년이 됐다.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외면하며 본인이 좋아하는것만 즐기고, 적극적으로 대응도 않코 소통보다는 피하며 자기 삶의 방식대로만 살겠노라며 고집 피우던 군 복무시절 그 친구가 못마땅하기만 했던것도 내 가치관이 맞고 그 친구의 사고방식은 틀리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때의 그 생각들이 지금까지도 맞는것인지도 알 수 없다.

다양한 이념과 철학, 사상 속에서 최선을 찾는 방법의 이야기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 안에서도 합의된 정의 즉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마이클 센델 하바드 대학교수의 글을 읽으며 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받아온 교육교육과 경험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드리는게 왜 이렇게 힘이 든단 말인가? 사람은 대개 나처럼 생각하고 따라 주기를 바는 것 같다. 사람마다의 가치관도 틀리고 다른 것이 당연한데도 다름을 인정하는건 말처럼 쉬운일이 아닌 것 같다. 자신 주변의 많은 일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선 바뀐 가치관도 인정해야하고, 다름도 인정하기 해야만 하는데, 이 모든걸 받아드리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은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행복이 더 중요하고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무리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말한다.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내 행복이 중요하다는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삶의 방식은 많은 사회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이것 또한 인정하고 받아 드려야 할 다름이 아닐까? 인정않고 꼴보기 싫은 사람들을 만들어가며 살아가야 하는지는 각자가 고민하고 선택해야할 몫인 것 같다.

최윤기 BK ENG(주) 회장전 삼성정밀화학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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