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지난주 막을 내린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울산시장과 5개 구청장 및 군수, 시의회, 기초의회를 석권했다. 자유한국당 일색이었던 단체장을 모두 탈환한 것은 물론, 소수당이었던 시의회와 기초의회에서도 다수당으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기존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바람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으로 표출된 결과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한번도 지방 권력을 잡지 못했던 민주당이 지방 행정을 이끌게 된다.

한 당이 지방 권력을 장악한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집행부와 의회가 사실상 같은 당 소속으로 구성돼 상호 협조를 통해 현안을 처리하고 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의회의 견제 기능이 크게 약화될 여지도 다분하다. 이에 따라 의회의 중요성과 역할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정치 지형이 재편되면서 새롭게 선보인 지방의원들이 대부분 정치 신인이라는 것이다. 10명 전원이 물갈이된 울주군의회의 경우 제도권 정치 경험이 있는 당선인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곧 지방의회의 향배가 이들 정치 신인들에게 좌우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경우 시민들이 선택한 정치 실험은 성공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당에 대한 충성심을 앞세울 경우 결말은 보나마나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 시작도 전에 구태 정치가 재연될 만한 우려스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 열린 한 기초단체장 캠프의 축하 자리에서 기초의원 당선인은 “단체장님을 지켜드리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치 신인인 자신을 공천해 준 정당에 대한 감사의 의미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초의원으로서 단체장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과연 당에 대한 보답일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한 기초의원은 임기 내내 같은 당 소속 기초단체장을 ‘대장’이라고 불렀다. 정치 선배에 대한 존경의 표현일 수도 있었겠지만, 무조건적으로 집행부를 지지하며 견제와 감시에 소홀했던 행보를 보면 단순한 립 서비스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분위기가 만연했던 그 의회는 다수당으로서의 역할을 이행하지 못하고 소수당을 힘으로 누르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흔히 뿌리로 불린다. 지방의원들은 나무나 풀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지 곳곳에 넓게 뿌리를 내려 양분을 흡수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당이 아닌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는 당선인들에게 지지를 보낸 이유는 명확하다. 지방의회 본연의 임무인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에 앞장서길 바란 것이다.

시의회와 기초의회를 막론하고 초선 의원이 많다 보니 경험이 부족하고 의욕만 앞서 의정활동이나 의회 운영 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드러날 수도 있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다. 그러나 당선인들이 우선 순위를 시민이 아닌 소속 정당에 두는 것은 큰 문제다.

지방자치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행정을 주도하는 집행부와 이를 견제하는 지방의회가 모두 각각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의와 가장 가까운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필수다. 지방의원들은 당선에 대한 감사를 유권자에게 돌려야 하며, 자신을 공천해 준 정당에 대한 고마움은 의정 활동을 통해 보답해야 한다. 시민들이 선택한 초유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길 기대한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bong@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