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선임기자

‘표연히 세상을 잊고 나홀로(飄飄乎如遺世獨立), 날개 단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만 같다(羽化而登仙)…’

소동파는 ‘전(前)적벽부’에서 ‘날개 단 신선(羽化登仙)’이 되고 싶다고 했다. 소동파는 불교와 도가를 두루 섭렵하며 무애(無碍)하고 자유스러운 선계를 노래했다. 도가(道家)에서는 사람 몸에 날개가 돋아나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날개가 돋는 우화(羽化) 현상은 하지(夏至)의 상징이다. 오는 21일인 하지부터 첫 5일간에는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그 다음 5일간에는 매미(蟬)가 울기 시작한다. 매미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7년 동안 땅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다 하지를 기점으로 날개를 단다. ‘등선(登蟬)이 등선(登仙)’이 된다고나 할까. 그러나 불과 2주일, 그것으로 끝이다. 매미는 또 17년의 기다림과 침묵으로 침잠해야 한다.

매미는 5, 7, 13, 17년 등 4종의 매미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5년 주기인 참매미와 유자매미가 주로 많다. 이들이 땅속에서 오랫동안 대기하는 것은 개미, 새 등 천적에 계속 잡아 먹혀도 다음 매미는 생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인해전술’이다.

하지의 낮시간은 14시간 35분. 일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이 가장 길다. 일사량이 많아 밤꽃이 피고, 호박·오이 넝쿨이 뻗어가고, 풋고추가 달린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구름이 지나가고, 매미 울음소리가 하지의 정오를 알린다. 그리고 매미는 꽃답게 2주간의 인생을 마감한다.

▲ 우화등선(羽化登仙)-탈각하는 매미

‘전적벽부’에서 객(客)은 조조를 추억하면서 “진실로 한 때의 영웅이더니 지금은 어디에 있습니까…고작 강가에서 고기잡고 나무하면서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을 벗하는 것이란 말입니까. 천지 사이에 하루살이 신세요, 작기는 푸른 바다 좁쌀 한 알입니다”라고 한탄했다. 이에 소동파는 “가는 것이 물과 같지만 일찌기 가버린 적이 없고, 차고 기욺이 달과 같지만 끝내 사라지거나 커진 적이 없습니다…오직 강가의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면 색을 이루노니, 취해도 금하는 이가 없고 써도 없어지지 않습니다”고 등선(登仙)의 경지를 노래했다.

안도현 시인는 매미의 고뇌와 영혼을 하얀 눈으로 되살렸다.

‘저 우화등선(羽化登仙)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매미는 두세 시간 용을 쓰고 치를 떨고 숨 막히는 시간을 견뎠을 것이다…겨울이 와서 이 매미 허물 속으로 눈이 내려 쌓이고, 그 눈이 볕 좋은 날 녹았다가, 그러다가 다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그 안에 얼음으로 된 매미 한 마리가 살게 된다는 것을…’

이재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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