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 19세는 합리적 근거 부족
정치적 이해관계 떠나 기본권 측면서
선거연령 기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 김관구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최근 선거 때마다 선거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 제19조는 ‘19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권을 가지고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등 선거권 행사연령을 19세 이상으로 정한 것은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19세 미만인 사람들의 선거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4년 4월24일). 선거연령의 인하문제는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국민들이 정해야 하는 정치적인 문제인데, 한 사회가 민주주의와 미성년자들의 정치참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핵심인 것 같다.

선거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의 핵심은 현재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일정수준 이상의 공교육을 받고 있으며, 지식정보사회로의 변화 등을 통해 정보 수집과 교류가 활발해져 일정 연령에 이르렀다면 미성년자라고 하여도 이미 선거권 행사에 요구되는 정치적 판단능력 내지 독자적인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미성년자들에게 선거권을 보장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입장은 현행 입시중심 교육제도 하에서 청소년들에게 시민의식과 정치의식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고등학생의 경우 부모 등 보호자에게 생계를 의존하고 있어 그들의 정치적 의사 또한 보호자에게 종속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미성년자들의 경우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데 그 핵심이 있다.

각자의 처지와 환경에 따라 이에 대한 생각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 필자에게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왜 선거연령이 19세로 정해졌냐는 것이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 병역법, 근로기준법 등 18세 이상을 국가와 사회에 참여하는 연령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다른 법률들과도 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견 드는 생각이 민법에서 성년을 19세로 정했기 때문이 아닐까였는데, 이 또한 맞지 않다. 민법에서 성년을 20세에서 19세로 낮춘 것이 2013년 7월1일인데,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연령을 19세로 낮춘 것은 이 보다 앞선 2005년 8월4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당시 각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타협의 산물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럼 어떠한 기준으로 선거권 행사 연령을 정해야 할까? 어떤 연령으로 정한다하더라도 임의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보편적인 가치 추구 측면에서 외국의 예를 참고해 보자. 먼저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11년 기준으로 전세계 232개국 중 215개국이 18세 이하를 선거연령의 하한으로 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19세를 선거연령으로 삼고 있으며, 20세 이상을 선거연령으로 정한 나라는 16개국에 불과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 회원국 모두는 18세 이상 국민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능동적 시민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No democracy without active citizen)’라는 명제가 타당하다면, 여기서 능동적 시민이란 어릴 적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을 받고 선거에 참여하여 정치적 책임의식과 참여민주주의의 가치를 체득한 유권자일 것이다. 각 정당의 이익이나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과 정치적 자유의 확대 및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선거연령 기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아닌가 한다. 김관구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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