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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나는 장성택입니다> 를 비판적으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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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9  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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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영 전 울산변호사회 회장

정광모 작가가 단편소설집 <나는 장성택입니다> 를 냈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 발표한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후배 변호사가 “불온서적 아닙니까?” 물어, “아니, 그 장성택 말고 그냥 장씨 성의 성택이 이야기야” 라고 했는데, 그 장성택 이야기였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비주얼시대라 워낙 소설 읽는 사람이 드문 마당에 표제작 선정은 성공적이다.

작가의 전작 <작화증 사내>나 <존슨 기억 판매 회사> 보다는 술술 잘 읽히고, 더 재미있다. 문체는 경쾌하나, 역시 내용은 무겁다. 경박단소한 것을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이 잘 읽지 않을까 걱정이다.

‘외출’은 교도소 이사 풍경, 그 과정에서 무기수가 겪는 갈등(탈옥해? 말어?)을 다루고 있다. 이사, 이감, 이송 중 뭐가 적합할까 생각하고 읽었는데 다 읽고 제목을 확인하니 ‘외출’, 작가는 무기수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교도소 철문이 쿵 닫히자 외출이 끝났다. 나는 울렁대는 배에서 땅으로 발을 디딘 것처럼 안도하고 편안했다. 진저리나는 외출이 끝났다.’ 이것도 인간의 귀소본능이라 해야 하나? 우리는 교도소에 ‘갇혀 있다’고 하는데 ‘고여 있다’로, 수형자를 교도소의 ‘자산’으로 표현한 것은 재미있다.

‘자서전의 끝’은 췌장암에 걸려 6개월 시한부인 자수성가한 70대 박경 할머니가 자서전 대필 작가를 써서 자서전에 실릴 내용을 회고하는 것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지금 병사의 후손을 추적해서 복수극, 정의를 집행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스릴은커녕 약간은 유치하고 너무 소설적이라 7편중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든다.

‘너의 자리’의 주인공인 여자는 사랑했던 것을 몸에 타투로 새기는데, 돈을 빌렸다가는 연락 끊고, 끝내 호스피스병동에서 만난 옛 애인이 자기를 새겨달라고 부탁한다. ‘할리는 내 등의 오른쪽에서 고개를 들고 편안하게 쉬고 있다. 할리는 더 이상 긴 낮 동안 목을 빼며 나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할리는 등에 처음 새겨진 개다. 옛 애인은 새겨 졌을까? 처음 단호하게 거절한다. ‘너를 위한 자리는 없어.’ 새겨지면 소설이 아니지…. 결국 끝에는?

‘집으로’는 치매 걸린 엄마 이야기다.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끝내 풀지 못한 한, 집착(그래, 모든 생각을 놓기 전에 마지막으로 붙들고 싶은 것…)을 지닌 엄마가 출산한지 석달만에 죽은 아들을 만난(접신) 후 평안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딸도 몰라보지만. 프로이트는 인간 공통의 무의식이 존재한다고 했는데 대세에 밀렸다. 무의식도 개별적이라는 칼 융이 옳다.

<나는 장성택 입니다>는 바로 그 사람, 장성택의 내면 고백이다. 장성택의 생각의 흐름, 내면의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7편중 제일 좋다. ‘곧게 뻗은 그 길의 소실점이 어디에서 멈출지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운명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운명이 나를 선택했습니다. 나는 장성택입니다.’

‘아오이 츠카사를 위한 자세’는 일본 AV 아오이 츠카사를 좋아하던 서른일곱 노총각 연철이 기획 AV제작에 파트너로 뽑혀 츠카사와 90초 공적 비디오촬영을 마치고, 츠카사의 요청으로 사적 육체경험을 하게 된 과정을 유튜브 1인방송 인터뷰를 통해 리얼하게 전하는 내용이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일본 AV배우 아오이 츠카사, 진짜 있네.

‘마론’은 72세가 되면 마론의 성으로 가서 빅데이터에 따라 살아온 공과, 선악에 따라 최후의 심판을 받고 그 처분에 따른다는 내용이다. 다소 설화적이고 ‘마론교’라는 사이비 종교가 연상되긴 하나 곧 닥쳐올 현실이라는데 문제는 심각하다. 마론 시스템이 쇼라는 N과 살인의 추억이 있는 M은 어떤 처분을 받았을까? 재수 없으면 150세, 요양병원에서 100년을 보내야할 판이다. 사회적으로 용인된, 72세가 된 노인을 대량으로 수거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천인공노할, 불경한 생각이 떠오른다. 노인 장수, 심각한 문제다. 가장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소설이다.

작가는 리얼리즘, 스릴러, 역사적 인물의 내면 고백, 노인문제, 빅데이터 등을 다루었다고 한다. 내용은 무거우나, 재미있고, 술술 읽히고, 표현력이 매우 뛰어나다. 장광모 작가의 건투를 빈다.

서기영 전 울산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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