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정치 못지않게 보수적이었던 울산교육계에 여성·진보 교육감이 첫 등장했다. 노옥희 교육감 당선자는 젊은 교사시절부터 전교조 활동을 해왔고 그 이후 울산시교육위원을 거쳐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후보로 시장·국회의원 선거에도 나선 진보정치인이기도 하다. 수십년동안 변화에 무디었던 울산교육계에 큰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것이란 짐작은 어렵지 않다. 변화가 민심의 선택이라면 다소 혼란이 있더라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다만 교육감의 정치적 이념을 교육현장에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보수적 시각을 가진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노 당선자는 1호 공약으로 교육적폐 청산을 꼽았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해 적폐의 가장 핵심인 부패의 싹을 자르겠다는 노 당선인의 각오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김복만 교육감이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비리로 구속되는 등 울산교육계에 남아 있는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비리에 대한 온정주의는 어디에서도 용납돼서는 안되지만 특히 교육계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집단이 아니던가. 노 당선인은 개방형 청렴시민위원회 운영, 사전계약 예고제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준비하고 있어 구두선(口頭禪)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어떤 공약도 교육여건 향상에 우선할 수는 없다. 울산사람들은 울산의 정주여건 가운데 교육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다. 특히 외지에서 유입된 주민들은 한결같이 울산이 정말 살기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도시이지만 교육여건이 나빠서 울산에 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울산교육의 수준 향상은 울산의 미래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교육청과 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19일 출범한 교육감직 인수위원회는 선거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인용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감직 인수위원회’라 했다. 인수위가 진정으로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정책의 주춧돌을 놓으려면 무엇보다 그에 대한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이해해야 하고, 교육계 전체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만 한다.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은 사실상 공교육의 가장 기본목표이기 때문에 분명한 철학이 없으면 무의미해질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다간 울산교육의 하향평준화라는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사실은 교육자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배우고 잘 할 수 있어서 학생 스스로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다채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