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변수가 상존하는 건설현장은
면밀한 안전관리계획이 전제돼야
반복되는 안전사고 막을 수 있어

▲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우리나라는 1950년대 이후 국토 및 경제 개발 기조에 따라 건설기술이 짧은 기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현존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칼리파의 시공과 주경간이 1545m로 세계에서 5번째로 긴 이순신대교의 모든 단계를 우리 손으로 이루었다. 그러나 건설산업의 안전측면에서 보면 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 비율을 나타내는 사망만인율이 1.88(‱)로 미국의 2배, 영국의 약 8.5배에 달한다. 국내 산업측면에서도 건설분야는 재해발생(29.31%) 및 사망자 수(557명, 31.18%)가 단일 산업 중 가장 높으며(안전보건공단 산업재해분석, 2016), 사망만인율은 광업(326.37‱) 다음으로 건설업(1.76‱)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건설현장에서 재해발생과 사망자수가 많은 원인은 무엇일까. 건설현장은 동일한 환경에서 반복되는 작업을 수행하는 일반산업과 달리 가변적 환경에서 새로운 구조물을 대상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인적 구성이 외국인을 포함해 다양하게 이루어지며 중장비를 이용하는 등 복잡한 작업 구조를 가지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다양한 변수가 상존하는 건설현장은 이 모든 것이 사고의 직·간접적 원인이 되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부산 엘시티 가설구조물 추락, 평택 물류센터 가설발판 추락, 용인 타워크레인 붕괴 등 몇몇 사고현장의 상황을 보면 직접적 원인은 구조물 부품 파괴로 전체 구조물이 붕괴해 인명사고가 발생했지만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관리에 대한 부실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법령으로 정해진 유해·위험방지계획 및 안전관리계획은 허가를 받기 위한 서류에 불과하며, 수립된 계획을 확인 또는 참조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경험에 의존한 안전관리자의 괜찮겠지라는 생각과 다른 업무와의 겸업으로 안전업무는 차순위로 밀리는 실태, 현장에서 사고가 나도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안전관리조직, 발주자·원청·하청의 복잡한 계약구조에 따른 책임 불분명이 사고의 간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전관리계획의 면밀한 수립과 엄중한 이행이 전제되어야하고, 안전관리자의 위상 제고, 안전 분야 전문 감리원 지정을 통한 정밀한 검토체계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발주자의 책임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건설현장의 사고는 직접적인 원인과 그 외 수반되는 법·제도, 인력, 행정 등 많은 간접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안전관리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하며, 현장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건설산업의 유사사고 재발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법·제도, 이행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2014년에 재난원인조사실을 신설해 재난현장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와 원인분석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 특수차량, UAV, LiDAR 등 첨단장비를 활용, 사고현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사고의 원인과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을 행정안전부를 통해 정부부처와 유관기관에 권고하고 있다.

모든 산업이 그렇지만 건설현장은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정직하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출입하는 삶의 터전이다. 이러한 삶터에서 안타까운 생명들이 너무도 쉽게 사라져가는 사고들을 접할 때마다 필자는 연구자이자 국가재난안전관리 정책을 일선에서 지원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깊은 아픔과 사명감을 느낀다. 건설현장은 복잡한 산업 구조만큼 이해관계 또한 복잡하기 때문에 몇 가지 법·제도의 개선으로 단숨에 변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행정기관, 발주자, 시공사, 설계·감리사, 근로자를 포함한 건설에 관련된 모든 이들의 안전의식 변화와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를 꿈꾸는 우리의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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