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후보 아들 호흡곤란 아동 심폐소생술” 아파트 단지 입소문

민주당 공천 번복 내분 반사이익·평소 지역구 관리도 한몫

민주후보 10%p차 따돌리고 당선…하늘이 도운 선거 분석도

▲ 자유한국당 천기옥 울산시의원 당선인이 지난 9일 동구 전하동에서 출근길 거리유세를 갖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아들(천기옥 후보 아들)이 아이(호흡곤란으로 갑자기 쓰러진 아이)를 살리고, 아이는 후보(천기옥)를 살렸다.’

이번 6·13지방선거 울산 동구 제2선거구(전하1·2동, 일산동) 시의원 선거결과를 분석해보면 이같은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천기옥 후보가 당내 광역·기초의원 당선인 중 유일하게 민주당 후보와 10%p 이상 격차를 벌리며 승리하면서 ‘당선 원동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동구 제2선거구에 출마한 천 후보는 민주당 김경란, 정의당 박대용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 48.62%(1만1394표)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 민주당 후보(37.00%, 8671표)에 11.62%P 앞섰다.

이번 시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5개 구·군을 합쳐 천 후보를 포함해 총 4명의 당선인을 냈다. 윤정록(울주3) 당선인이 0.53%p, 안수일(남구1) 후보가 0.67%p 앞서 2위인 민주당 후보를 아슬아슬하게 제쳤다. 고호근(중구2) 당선인 역시 2위 민주당 후보와 격차가 2.75%p에 불과했다. 천 후보만 유일하게 10%p 이상 앞서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한국당 소속 구·군의원 당선자로 범위를 확대해도 민주당 후보를 10%p 이상 차이로 앞선 당선인은 천 후보가 유일하다.

천 후보의 당선 원동력은 크게 그의 아들의 심폐소생술과 민주당 공천 번복에 따른 내분 등 두 가지로 좁혀볼 수 있다.

지난달 중순께 대학원생인 천 후보의 아들은 전하2동 e편한세상아파트 광장에서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3세 아동을 발견했다. 당시 아이의 할머니는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었다. 천 후보의 아들은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주변인에게 119에 신고하도록 한 뒤 본인은 평소 익혀둔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약 2~3분이 지나자 아이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아이는 이후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SNS 또는 주민들의 입을 타고 동구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이자 나란히 붙어 있는 ‘빅3’(전하e편한세상, 전하아이파크, 전하푸르지오)로 급속히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3개 아파트를 합하면 약 4000가구다. 특히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이자 현대중공업과 인접한 전하2동은 민주·진보 후보에게 거의 70%의 표(기초의원 선거 기준)를 몰아줄 정도로 보수 취약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천 후보는 조선업 침체로 민심이 좋지않은 동구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전하2동에서만 거의 5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전하2동은 해당 선거구 최대 표밭으로, 천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가장 큰 격차를 벌린 곳이기도 하다.

물론 다른 후보들처럼 천 후보도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발품을 팔며 선거구민들을 열성적으로 찾아다닌 것이 주효했고, 여기에 선거가 한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A후보의 이중당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후보가 변경돼 이 과정에서 후보간 비방전이 벌어지면서 천 후보가 반사효과를 거두기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천기옥 의원이 평소에도 지역구 관리를 잘했지만 선거 직전에 그의 아들이 소위 동구 빅3로 불리는 아파트에서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아이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다는 소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진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하늘이 도운 선거”라고 분석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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