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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악연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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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0  19: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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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상임이사

필자가 감명깊게 읽은 책 중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이 있다. 주인공인 저자와 일본인 아사코와의 세번의 만남과 그 연인에 관한 서정적인 글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낭만과 슬픔을 아름답게 묘사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나아가 스테디셀러, 즉 꾸준히 인기가 있는 작품이다.

그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에는 아니 만났어야 좋을 것이다’ 아사코와 세 번 만났을 때 백합같이 시들어가는 아사코의 얼굴과 진주군 장교라는 것을 뽐내는 무례한 그녀의 남편을 만난것에 대한 불편한 느낌을 그런식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공직에 있을 때 함께 교육을 같이 받았던 한 지인(知人)이 중구에서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그 식당에는 계모임도 하고 자주 갔었고 예전 인연도 있기에 분재(盆裁)에 관한 얘기를 자연스레 했다. 그도 분재를 보유하고 있었고 더욱 이야기가 통했다. 필자는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분재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맡아서 보관해 키워 줄 것을 부탁했고 그도 흔쾌히 승낙했다. 믿고 맡길 수 있어 참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고층에서 살던 필자가 저층 아파트로 이사를 하여 그 분재를 가져오기 위해 연락하여 만났는데, 하는 말이 이사를 하다 없어졌다는 둥 땅에 내려놓았다는 둥 계속 말이 안되는 변명만 늘어 놓다가 나중에야 없어졌다고 실토 하였다. 그 분재는 4점에 싯가 약 3000만원 상당, 하지만 금전적 손해보다 믿었던 인연에 배신당했다는 상처가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양심의 가책이나 미안함 없이 나 몰라라 하는 그 뻔뻔함 앞에 사람이 이렇게 나쁘게 변할수 있구나 라는 세월의 부정적 서글픔이 더욱 필자의 가슴을 짓눌렀다.

세월이 흘러 갈수록 악연보다는 인연이 훨씬 많아야 하고 더 나아가 악연은 조우(遭遇)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진리이다. 그런데, 자동차를 철저히 안전 운전하며 간다 하더라도 뒷차가 갑자기 들어와 들이 받아버리면 어쩔 수 없듯이 인력(人力)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사람을 보는 안목이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그 사람의 천성(天性)이 변한 것까지 알아낼 수는 없는 것이리라.

요즈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것은 돈이나 명예보다도 자신의 주변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많은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러하기 위해서는 본인부터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래도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격언처럼 세월이 갈수록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기에 더 좋은 사람만 곁에 둘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가 보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보수적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을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미덕이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오래된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인연을 만들지 않으려는 본능적 경계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인연으로 생각했는데 악연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애초부터 악연이었던 사람보다 충격과 상처가 큰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신뢰 배려 등 인간에 대한 존중감은 배신이라는 묵직한 돌덩이에 뒷통수를 맞아 육체적 고통이 아닌 마음의 통증을 만든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쌓아 놓았던 전반적 인간에 대한 믿음이 공격 당하게 되는 것이다. 실연을 많이 당하고 이성에게 많이 상처받은 젊은이들일수록 깊이 있는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만큼 배신감은 한 인간에게 강력한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外像))를 만들어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우리 사회가 악연보다는 인연이 많은 공동체가 된다면 살맛나는 곳이 될 것이다. 개인 행복도 사람과의 관계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기에 인연으로 주변이 채워진다면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사회도 더욱 아름답고 풍성해지리라고 본다. 악연보다 인연이 많은 사회 모두가 꿈꿔보면 좋을 것 같다.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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