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장시간 ‘묵언수행’ 힘들어
공연장 기피경향 발생까지
첫걸음은 어린이전용관부터

“헉, 애들이다!”

지난 주 필자가 진행하는 렉처 콘서트에 초등학교 어린이 청중이 스무 명 정도 들어왔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콘서트는 중간 휴식 없이 90분간이나 진행된다. 게다가 하필이면 오늘 연주 프로그램이 작곡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에다 르페브르, 도플러 등 흔치 않은 레퍼토리들로 짜여 있다.

과연 아이들이 끝날 때까지 잘 버텨줄까? 시작 전에 미리 아이들에게 화장실 다녀왔는지 묻고, 인솔한 선생님에게도 아이들이 소리 내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다행히 음악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어서 끝날 때까지 강의 진행과 공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 공연장에서 이런 고마운 아이들은 극소수다. 얼마 전 모 공연장에선 어린 아이들 때문에 공연 내내 힘들었다며 환불을 거세게 요구하는 관객을 보았다. 음악회는 절대적으로 청중의 침묵을 요구한다. 산만한 아이들은 휴대폰에 버금가는 주의 대상이 된다. 그 때문에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가 아닌 대부분의 음악회는 만 7세 이상 즉 초등학생 이상으로 청중을 제한한다. 공연장 시설 내에 어린이 놀이방이 있는 경우라면 거기에 맡겨놓고 들어와야 하는 것이 규칙이다.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모가 공연을 포기해야 옳은 일이다.

그런데 마치 휴대폰을 꺼두라는데도 악착같이 끄지 않아서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 규칙에 아랑곳하지 않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의 나이를 속이는 부모도 있고, “우리 아이는 괜찮아요”라면서 우기는 부모도 있다. 이렇게 해서 들어온 아이를 지켜보면 대부분의 경우 괜찮지 않다. 두리번거리고, 앞좌석을 발로 차고, 부모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칭얼거리고, 휴대폰을 열어 보기도 해서 주위에 앉은 사람들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한다.

7세 미만 아이가 음악 천재가 아닌 이상, 1시간 30분에서 2시간에 이르는 시간동안 묵언 수행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다. 어른들도 어려운 사람이 많다. 부모의 탁월한 통제 덕분에 끝날 때까지 별 문제없이 견뎠다고 하더라도 아이는 공연장에 대한 아주 불편한 기억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어릴 적에 공연에 대한 힘든 경험을 심어주면 아이가 자라도 공연장을 멀리하게 된다. 이는 사실상 나쁜 조기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미취학 아동을 공연장에 데려오는 것은 타인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정말로 좋지 않은 일이다.

▲ 조희창 음악평론가

어린이는 어린이 전용관이나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회에 가면 된다. 찾아보면 공연장마다 가족 뮤지컬, 어린이 인형극, 동요발표회 등 꽤 많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장 입구에서 나이를 속이는 승강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고, 아이가 좀 부석거려도 용서되는 공연이다. 아이들을 윽박지르지 않아도 되니 공연장에 대한 나쁜 추억이 생기지도 않는다. 영화 ‘킹스맨’에 나와서 유명해진 말,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는 말을 되새기자. 공공장소에서의 규칙과 매너를 지키고 가르치는 부모의 모습이 그 무엇보다 좋은 교육이다. 교양 교육이란 그 시간과 장소에 필요한 매너를 가르치는 것이다.

조희창 음악평론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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