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서희는 박지의 명령대로 하지왕과 교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애무는 별개였다. 하지왕은 미약에 취해 잠들었으나 그의 젊고 싱그러운 알몸은 스스로 발광하며 눈부신 빛을 내었다.

“마마, 용서하시옵소서.”

그녀는 고개를 숙여 왕의 작은 젖꼭지와 가슴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왕은 취중에도 가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녀는 혀끝으로 배꼽과 목덜미를 알뜰하게 애무한 후 몽실한 젖가슴으로 왕의 탄탄한 허벅지를 문질렀다. 마침내 검은 거웃에서 어근만이 불끈 일어섰다.

“아, 못 참겠어요, 마마.”

서희가 손으로 골붉은 어근을 잡고 옥문에 넣으려다 박지의 얼굴이 떠올라 망설였다.

“아, 이래선 안 되는데. 미천한 내가 감히 우리 대왕마마를 범하려 하다니.”

교접 직전에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입에 목걸이를 사려 물고 멈추었다.

그 순간 하지왕이 두 눈을 번쩍 떠 서희를 노려보았다.

“지금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

왕이 깨어나자 놀란 그녀는 왕에게서 황급히 떨어지며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빌었다.

“마마, 불충한 소녀를 죽여주시옵소서.”

왕은 뜻밖에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괜찮다. 어서 옷을 입어라.”

서희는 미약에 취해 혼미해 있을 왕이 멀쩡한 것을 보고 더욱 놀라며 황망히 속고쟁이와 치마저고리를 챙겨 입었다.

하지왕도 옷을 입은 후 태연하게 말했다.

“실은 명림원지가 미리 오늘밤에 벌어질 일을 일러주더구나.”

명림원지는 하지왕 일행이 금관가야로 떠나기 전 하지왕에게 말했다.

“서희가 분명 밤중에 마마에게 접근할 것입니다. 미인계의 수법대로 술에 미약을 탈 터이니 삼키는 척하며 몰래 뱉으시고 서희를 관찰하소서. 그 일에 박지가 얼마나 관여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고, 서희의 능력이 얼마인지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하지왕이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서희에게 말했다.

“그만 고개를 들어라. 분명 박지 집사가 나를 유혹하면 안 된다고 명했겠지?”

“그러하옵니다. 마마를 유혹한 건 소저의 뜻이었습니다.”

서희는 사실대로 말했다.

“박지 집사는 과거와 달리 나에게 충성된 자임을 오늘로써 알겠다. 그러나 네가 박지의 명대로 나를 범하지 않은 것은 그다지 칭찬받을 일이 못된다. 일단 왕을 유혹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망설이지 말고 유혹에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너는 나에게 미약주를 마시게 하지 못했고 나를 유혹하는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왕이 서희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약한 나라에 태어난 우리가 잘못이다. 네 몸에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음을 명심하여라.”

 

우리말 어원연구

검다: 【S】kama(카마), 【E】dark, black.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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