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울산은 매우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춘 도시라고 한다. 울산이 살기좋은 이유의 첫번째는 산과 강, 바다가 지근거리에 있다는 것을 꼽는 사람이 많다. 조금 더 나아가면 고향과 같은 푸근함이 있는 시골분위기를 차량으로 10여분만 이동하면 언제든 느낄 수 있다는 것으로 발전한다. 반면 울산에서 살고싶지 않은 이유의 첫번째는 문화·여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술회관과 같은 수준 높은 예술적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첨단레저시설이나 소소한 문화생활이 가능한 소규모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서 발생한 불만이다. 이에 울산시는 다양한 즐길거리 확충에 적극적이다. 영남알프스를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케이블카 설치, 태화강에 액티비티를 강화한 집라인과 제트보트 운영 등 즐길거리 확충에 나선 것이다. 이는 곧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이기도 하다. 지역주민들의 여가·문화생활이 곧 관광산업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도심탐방으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트렌드가 뚜렷하다. 1980년대까지는 유명산의 단풍이나 이름난 사찰 등을 방문하던 것에서 90년대 문화유산답사를 거쳤고 2000년대 초반에는 엑스포 등의 축제 관람이 대세였다. 2000년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관광 대신 여행이란 단어가 등장하고 제주 올레길의 영향으로 걷기와 힐링 열풍이 일었다. 2010년대는 먹방의 등장으로 맛집탐방이 유행하면서 도심이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울산은 산과 강, 바다 등 아름다운 자연을 고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어떤 유행에도 끼어들지 못했다. 제조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안일한 생각에 시대흐름에 대비하지 못한 탓이 크다. 몇해전부터 비로소 울산시도 케이블카 등의 시설을 통한 관광산업육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장이 바뀌면서 이같은 관광정책에도 혼선이 예상된다.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환경개발에 대해 갖고 있는 근본적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다. 벌써부터 울산시가 추진해온 영남알프스케이블카, 태화강 제트보트·집라인(Zipline) 등이 모두 재검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송철호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영남알프스케이블카에 대해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직인수위원회도 20일 문화관광국 업무보고에서 부정적 기조를 나타냈다고 한다.

사실상 이들 시설 설치를 재검토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이들 시설로 인해 울산시민의 정주여건이 향상된다거나, 흔해 빠진 케이블카로 산악관광활성화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레저관광시설을 두고 개발이냐 보존이냐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구분해서는 안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자연과 인간은 공존해야 하고 그 공존은 서로의 양보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 인간의 지나친 이기심으로 환경을 망쳐서도 안되겠지만 엄숙한 보존주의로 인해 인간이 황폐하게 살아서도 안되지 않겠는가.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여겨지는 개발도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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