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종 NCN 화학산업 전문위원 전 대한유화(주) 임원

인간은 태생적으로 일의 숙명을 안고 탄생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성경에도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탐하여 먹는 순간 아담은 평생 땀 흘리는 일을 이브는 잉태의 고통을 부여 받았다고 한다. 시대 흐름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였으나 힘의 강도가 높은 일은 남성이 강도가 약한 일은 여성이 담당해 왔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일을 자동화하고 근력의 필요성보다는 지식과 아이디어가 높이 평가받는 시대가 되면서 남성과 여성의 일에 대한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여성의 영역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평생직장, 직업도 우리에게 잊혀져가고 인생 2모작도 모자라 3모작이 대세로 굳어져 가고 세월이 더 흐르면 4모작, 5모작으로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일하면 개미와 벌이 단골 메뉴로 인용되는데, 필자는 젊은 시절 벌침을 공부하면서 벌 관련 연구를 한 적이 있어, 본고에서 벌의 생애주기별로 수행하는 일의 변화를 인생 3모작과 연계해 적어 보려고 한다. 벌은 인류에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벌꿀, 프로폴리스, 로얄제리 등을 제공해 주며, 많은 식물의 열매를 맺게 해주고 있어 어떤 과학자는 ‘세상에 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4년을 버티지 못하고 멸종한다’고 말하니 얼마나 귀중한 곤충인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벌의 일생을 통해 수행하는 일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 쓰고자 한다.

벌은 많은 종류가 있으며 그 규모는 다르나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곤충으로 사회성이 가장 진화된 곤충이며 탄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맡은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차례 바꾸면서 일을 수행하고 있어 인간의 직업 3모작과 연계해 보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벌의 수명은 봄부터 여름까지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한 달 정도, 겨울에는 6개월 정도인데, 한 생애 동안 일을 하는 형태는 여름과 겨울에 유사하게 이루어진다. 애벌레가 벌이 되면 벌통 안에서 청소와 여왕벌 시중, 선배 벌들이 채취해온 벌꿀의 건조와 화분의 혼합을 담당한다. 날개에 힘이 올라 외근이 가능해 지면 근거리 밀원에서 벌꿀과 화분 채취에 나서며, 힘이 더 생기면 벌통에서 반경 2㎞정도의 원거리까지 벌꿀 및 화분 채취를 하고, 세월이 흘러 힘이 떨어지면 활동 거리를 좁혀가다가 장시간의 비행이 힘들어지면 그동안의 경험과 축적된 독을 가지고 벌통의 경계업무를 담당한다. 목숨을 바쳐 최선을 다해 경계업무를 하다가 힘이 다해 경계업무가 불가능해지면 보금자리인 벌통 밖으로 나와 짧았던 생을 마감한다.

어떤 분들은 ‘벌을 관찰하니 어떤 벌은 일을 하지 않고 벌통 주변만 왔다, 갔다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경계업무를 열심히 수행 중인 벌의 생태를 잘못 이해한 것으로 벌의 억울함을 필자가 대변한다. 뿐만 아니라 벌은 일을 하면서 일사분란한 의사소통으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며, 힘과 능력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업무를 담당하는 벌의 모습은 우리가 연륜이 더해지면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이는 ‘벌은 본능에 의해 맹목적으로 일만한다’고 하는데 필자도 벌들이 본능적으로 일하는지 목적달성을 위해 일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부지런한 벌들도 벌통마다 특징이 있는데 아침 일찍부터 일을 하는 벌통이 있고, 한나절이 되어야 벌꿀 채취에 나서는 벌통도 있어 벌이 꼭 본능에 의해 일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스콧 니어링은 ‘은퇴 후의 일은 마지못해 하는 일이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울산의 퇴직자 모임인 NCN 위원들은 본인들의 축적된 Know How를 전수하기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후배들에게 경험과 지식의 전수와 함께 자신의의 보람과 역할을 재창출하는 것이 마치 벌이 꽃에서 꿀을 취하나 꽃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결실을 맺게 해주는 공생, 공존하는 이치와 같다하겠다. 벌들이 생애주기별로 변화에 맞춰 자기의 역할에 순응하듯이, 100세 시대를 맞은 우리 모두 자신의 처지에 맞춰 자신이 하고싶은 보람된 일을 재창출하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이진종 NCN 화학산업 전문위원 전 대한유화(주)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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