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가진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에 대한 인터뷰에서 송 당선인은 울산시정의 “제1 의제가 소통(疏通)”이라고 답변했다. 시정운영 방침의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시민들과의 소통이라고 한다면 적절했겠으나 울산 ‘시정(施政)의 어젠다’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기에 당혹스럽다. 어젠다(agenda), 즉 의제(議題)의 사전적 해석은 ‘회의에서 의논할 문제’다. 따라서 ‘시정의 어젠다’라 하면 ‘지방정부가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할 사안’을 말한다. 콥(Roger W. Cobb)과 엘더(Charles D. Elder)는 ‘사회문제(social problem)가 사회적 이슈(social issue)의 단계를 거쳐 공중의제(public agenda)로 발전되며, 궁극적으로 정부의제(governmental agenda)의 지위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 혹은 단체의 공중의제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의제가 주민 혹은 참여자들의 공감을 얻게 되면 강력한 명분을 얻게 되고 추진력은 배가되어 성공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공동체 의식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울산시가 기적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공업도시’와 ‘생태도시’라는 공중의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쇠락해가던 중구 성남·옥교동의 원도심이 되살아난 것도 ‘문화도시’라는 분명한 어젠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여년 만에 보수에서 진보로 바뀐 새로운 지방정부, 울산시의 새로운 어젠다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소통’은 송 당선인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가동에 들어간 인수위원회의 이름을 ‘시민소통위원회’라고 한 것에서도 짐작된다. 지난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을 ‘불통(不通)’이라고 생각하는 송 당선인의 인식도 와닿는다. 하지만 ‘소통이 제1 의제’라 하는 것엔 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기자가 이메일로 보낸 짧은 질문에 대해 답변을 적어 이메일로 보낸 것이기에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울산은 ‘생태도시’ 이후 어젠다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젠다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수차례 시장에 도전했고 시장선거 준비를 오랫동안 해온 송 당선인이기에 복안이 있지 않을까 해서 한 질문일 뿐이다. 이제 성실하게 새로운 의제를 찾아나가는 전문적인 과정을 밟으면 될 일이다. 세계적·시대적 흐름과 울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 주민들의 기대감이 일치하는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송철호 당선인이 제1 의제라고 생각하는 소통을 통해 새로운 제1 의제 발굴에 나서 새로운 울산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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