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뉘르부르크에 위치한 서킷 ‘뉘르부르크링’.

독일 모터스포츠 성지로 ‘녹색지옥’으로 불리는 ‘뉘르부르크링’
크고 작은 레이싱 대회 잇따라 연간 100만명 찾는 관광도시 변모
희귀 올드카 박물관 ‘클래식 레미제’…슈투트가르트 ‘모터월드’
벤츠·포르쉐·BMW·폭스바겐·아우디박물관등 관광명소로 우뚝

자동차 튜닝산업과 함께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자동차레이싱과 자동차박물관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자동차 강국에서는 튜닝카 레이싱 대회 등이 활발히 열리고 있고, 이와 관련한 튜닝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또한 오랜 자동차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에서는 완성차업체들이 본사가 있는 도시에 자동차박물관을 지어 튜닝산업과 관광산업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 뉘르부르크링 서킷 지도

◇뉘르부르크링, 레이싱에 튜닝산업 접목

지난달 중순에 찾은 독일 중서부 라인란트팔트주(州) 뉘르부르크에 위치한 자동차 서킷 뉘르부르크링. 독일 모터스포츠의 성지로 가장 거칠고 위험한 코스라는 의미로 ‘녹색 지옥(The Green Hell)’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곳은 총 길이 25㎞에 73개의 구불구불한 코너로 이뤄졌다. 특히 해발고도 320m부터 최고 617m로 고저차가 최대 300m에 이를 만큼 세계에서도 가장 가혹한 도로 환경으로 평가 받고 있는 곳이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은 비가 와서 일반인 대상 서킷 체험은 할 수 없었으나 코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뉘르부르크링의 명성과 위엄을 알 수 있었다.

뉘르부르크링 관계자는 “이곳에서 1㎞를 달리면 일반적 도로에서는 1500㎞를 주행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또한 직진 주행만이 아닌 상당히 높고 낮은 고저차와 많은 코너링을 통해 다양한 자동차 성능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슈투트가르트 ‘벤츠박물관’ 전경.

따라서 이곳에는 아우디를 비롯해 BMW, 재규어, 현대차 등 24개의 완성차업체와 미쉐린 등 10개의 타이어 회사, 각종 부품업체 등 총 44개의 글로벌 자동차관련 회사들이 테스트센터나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활발한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뉘르부르크링에서는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주행거리를 기록한 차량이 우승하는 대회인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등 각종 크고 작은 레이싱 대회가 열리며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여타 국가에서 많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찾아 서킷 체험을 하거나 서킷 주변에서 캠핑을 하며 레이싱을 즐긴다. 이에 따라 작은 산악도시인 이곳은 뉘르부르크링으로 인해 연간 100만명 가량이 찾는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 슈투트가르트 ‘모터월드’.

◇車박물관 건립해 튜닝·관광산업 연계

‘자동차의 고향’이라 불리는 독일에서는 자동차박물관을 통한 튜닝산업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 서북부 뒤셀도르프에 위치한 올드카 박물관 ‘클래식 레미제’다. 뒤쉘도르프는 아우디의 전신인 아우토유니온의 공장이 있었던 곳으로, 자동차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과거 철도 선형기관고였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이 곳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클래식카 1500여대가 전시돼 있다.

평균 30년 이상부터 70년에서 100년 넘은 올드카도 있고, 데빈 D 포르쉐 스파이더, 페라리 550 바르케타 등 희귀한 차들도 전시돼 있다. 한 달에 10대 가량은 꾸준히 거래되는 등 연간 1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고 있다. 특히 박물관 내에는 튜닝업체와 복원센터, 정비센터 등이 함께 들어서 클래식카의 수리와 보수, 개조 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클래식 레미제’는 이곳과 베를린 두 곳에 운영중이다.

▲ 뒤셀도르프 ‘클래식 레미제’.

뒤셀도르프에 ‘클래식 레미제’가 있다면 슈투트가르트에는 ‘모터월드’가 있다. 차이점은 레미제가 전 세계 차량을 모아놓은 것이라면 모터월드는 벤츠와 포르쉐 차량에 집중한다는 데 있다. 이 곳 역시 전문 수리센터를 갖추고 있고, 바로 인근에는 자동차 마니아를 위한 자동차 콘셉트의 테마 호텔도 위치했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 본사가 위치한 슈투트가르트의 벤츠박물관은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고 있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고, 포르쉐 박물관(슈투트가르트), BMW 박물관(뮌헨), 폭스바겐 박물관(볼프스부르크), 아우디 박물관(잉골슈타트) 등 자동차회사 본사 또는 주력공장이 위치한 각 도시들마다 자동차박물관을 지어 해당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와 아이덴티티(Identity)를 알리는 것은 물론 도시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 크리스티안 데더리히스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시니어 엔지니어와 본사 차형석 기자(왼쪽부터)

크리스티안 데더리히스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시니어 엔지니어
“자동차연구·테스트에 최적화된 서킷, 다양한 자동차회사 수많은 연구 진행”

“뉘르부르크링은 자동차 연구와 테스트에 최적화된 장소로, 이 곳에서 연구개발은 자동차 튜닝시장에서 다양한 성능 및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크리스티안 데더리히스 현대자동차 유럽기술연구소 시니어 엔지니어는 세계적 자동차회사들이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센터(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다양한 자동차회사들이 이곳에서 수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그것을 통해 양산차에 적용되는 각종 성능 관련 적용을 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 전체 자동차 관련 구매자들에게 취향과 요구사항에 맞춰 자동차 특성을 맞춰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차 역시 이곳 뉘르부르크링의 레이싱 트랙을 사용해 각종 내구성을 확인한다”며 “이를 통해 고성능이나 모터스포츠에 필요한 제품 개발을 하고 일반 양산차에 적용하거나 추가적으로 튜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애프터마켓의 기술에 사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고성능 버전에 대한 수요와 많은 고객층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개별적 튜닝보다는 완성차에서 제공되는 맞춰진 튜닝에 집중하고 있고, 따라서 현대차에서 제작된 고성능 N모델은 한국의 고객들에게 많이 판매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독일 뒤셀도르프·뉘르부르크 글=차형석기자 사진·편집=안치원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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