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공무원에 대한 폭력은 우리 사회에 대한 폭력입니다 (상)흔들리는 제복

▲ 자료사진

울산서 올해 5월까지 129명 입건
전체 피의자 74% 술에 취해 범행
처벌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제압하다 합의금등 지급 사례도

최근 취객 구조를 나갔다 폭언·폭행을 당한 뒤 숨진 강연희 소방경 사건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과 소방관으로 대변되는 제복(Uniform) 공무원들이 일부 국민들로부터 폭행과 폭언 등에 시달리면서 대한민국 공권력 경시 풍조에 대한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본보는 ‘제복공무원에 대한 폭력은 사회에 대한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그 실태와 대책은 없는지 등을 점검해봤다.

◇울산에서 연 평균 380명 경찰·소방관 폭행 등으로 공무집행 방해

#지난 5월27일 오후 9시10분께. 울산 북구 매곡동 한 편의점 앞에서 주취자 A씨가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이 인근 벤치에 누워있는 A씨를 깨우려고 하자 경찰에게 묵직한 주먹세례가 날아들었다. A씨에게 맞은 경찰은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A씨는 도망쳤다. 함께 출동한 또다른 경찰이 도망가던 A씨를 테이저건으로 제압해서야 이날의 난동은 막을 내렸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폭력 및 폭언 등으로 공무집행방해를 해 입건된 이는 129명으로, 이중 4명이 구속됐다.

지난 2013년 362명(구속 10명), 2014년 442명(43명), 2015년 355명(28명), 2016년 476명(33명), 지난해 310명(10명) 등 매년 평균 380명이 넘는 이들이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찰관과 구급대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셈이다.

특별사법경찰이 소방기본법을 적용해 별도 처리한 사건도 2013년 1건, 2014년 9건, 2016년 2건, 2017년 1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 정부 4개 관계부처(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해양경찰청)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무를 집행하다 폭행을 당해 숨지거나 부상을 입는 경찰, 소방관, 해양경찰 등 ‘제복 입은 공무원’(MIU·Men In Uniform)은 최근 3년 간 총 2048명으로 연평균 683명에 달한다. 하루 2명에 가까운 제복공무원이 폭행 및 폭언에 노출되는 셈이다.

◇공무집행방해 피의자 70% 이상은 주취자…대응 쉽지 않고 처벌은 미약

제복공무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지난 2013년부터 지난 5월까지 발생한 울산지역 공무집행방해 전체 피의자 2074명 중 주취자가 1540명으로 약 74.3%에 달했다.

즉 공무집행방해 사건 피의자 10명 중 7명은 술에 취해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들에 대한 제압도 쉽지 않다는데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한 순경이 체포된 주취자의 난동을 제압하다 상해를 입혀 형사소송과정에서 합의금 5000만원과 치료비 300만원을 지급한 사건도 있었다.

이는 비단 경찰뿐만 아니라 소방관들도 마찬가지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취객의 소방관 폭행은 564건에 달했는데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다.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는 경찰관입니다. 국민 여러분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자신을 20대 경찰관이라고 밝힌 익명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경찰관이 스스로 “매 맞지 않게 도와 달라”고 읍소하는 나라가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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