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일괄제시안 조기 제시에 노조 세부협상 없이 교섭결렬

 

민주연대 대자보 통해 쓴소리
“노조는 교섭결렬 예정했었나”
새로운 협상 전술 마련 촉구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가 교섭결렬 선언과 함께 쟁의조정 신청에 들어가자 노조 내부에서도 매년 반복되는 소모적인 교섭 관행이 바뀌어야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 현장조직인 민주연대는 지난 20일 지부의 교섭결렬 선언 후 “사측의 교섭태도 비난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들은 “사측의 1차 제시안을 보면 조합원의 기대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맞다”며 “하지만 12차 교섭 전 현장에서는 이미 ‘수요일 교섭결렬 선언’ ‘다음주 초 임시대의원대회 개최’ 등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지난 20일 12차 교섭에서 기본급 3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200%+10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일괄제시안을 노조에 제시했는데, 회사의 일괄제시안과 별개로 이미 노조는 내부적으로 이날 교섭결렬을 예정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노사 안팎에서는 이번 회사의 일괄제시 시점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적잖다.

보통 노사 교섭에서 회사의 일괄제시는 협상→여름휴가 전 노조의 일괄제시요구→회사 추가논의 필요 입장 표명→노조 교섭결렬 선언→조정절차→노조 파업돌입 이후에나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노조 입장에서는 회사의 제시안이 당초 올해 임금협상을 준비하며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요구안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교섭결렬을 선언했을 수도 있다.

다만 내용과는 별개로 줄곧 노조가 여름휴가 전 타결을 위해 회사의 일괄제시를 꾸준히 요구해왔고, 실제로 회사가 예상보다 빨리 일괄제시안을 내놨음에도 세부적 협상없이 협상을 중단한 것에 대해 일부 현장 조직에서는 노조의 협상 전술이 바뀌어야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민주연대 측은 “교섭 관행을 볼 때 사측이 노조의 전술을 알고도 1차 제시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측의 결단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노측 또한 새로운 협상 전술이 필요할 때”라며 “해마다 반복되는 소모적인 임금협상은 노사 모두에게 득 될 것이 없다. 지금이라도 회사의 경영과 연계된 임금인상 테이블을 만들어 소모적인 협상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한편 노조는 2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 발생 결의와 함께 파업을 준비할 예정이다. 김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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