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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정명숙칼럼
[정명숙칼럼]퇴임사를 말하는 취임식취임식은 주민들과 공감대 형성 기회
당당한 퇴임식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4년동안 할일 담은 취임사 내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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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5  22: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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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숙 논설실장

“대과(大過) 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공직자들의 은퇴식에서 흔히 등장하는 이 인사말은 언제 들어도 낯설다. 가끔은 ‘욱’하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큰 허물이나 큰 잘못’이 없었다는 겸손의 표현이기도 하고, 무사히 임기를 마무리했다는 안도감에서 하는 말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말을 들을 때면 공연히 마음이 까실까실해진다. 대과가 없었다는 것이 무에 그리 자랑일까. 대과만 없어서 되는 자리였던가. 괜히 반문하고 싶어진다. 그가 대과(大過)없이 일한 탓에 우리에게 대과(大果)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곱씹게 된다.

다음 주엔 광역·기초 단체장의 취임식이 줄을 잇는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당연한 절차이지만 지방권력이 몽땅 바뀐 울산지역에선 그동안의 취임식과는 그 무게가 사뭇 다르다. 주민들이 선택한 큰 변화다. 취임식은 그 변화를 향한 첫걸음이다.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지를 가늠할 수 있는 취임사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동구청장을 제외하곤 단체장 모두가 무경험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떠나는 사람들의 퇴임사야 아무렴 어떠랴. 괜히 ‘대과 없이’로 시작하는 퇴임사에 시비를 건 것도 새 단체장들의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4년을 짐작하는 것은 물론 4년 뒤 당당한 퇴임사를 엿보고자 함이다.

단체장의 취임사는 소감이나 감사의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적어도 한 도시를 끌고 갈 단체장의 취임사라면 경제와 문화·교육·복지 각 부문별로 어떤 정책기조를 가질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물론 최우선은 경제 활성화다. 울산경제가 진짜 위기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 의존한 경제구조로는 안될 상황이다. 정부에 의해 고도성장의 기수가 됐던 지난날에 머물러 있어서도 안 된다. 위기극복은 위기인식에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등 수없이 들어왔던 당연한 말을 나열하는 것으로는 시민적 공감을 일으키기 어렵다. 나침반을 안정성장(安定成長 stable growth)에 맞추고 새로운 방향설정을 해야 할 때다.

새로운 시대를 제시할 수 있는 의제도 내놓아야 한다. 혹여 지금부터 공무원들과 논의해서, 또는 전문가 용역을 통해 준비하겠다는 아마추어리즘은 용납하기 어렵다. 단체장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닌가. 스스로 준비된 후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역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름의 비전을 내놓을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취임식은 바로 그 비전을 지역주민들에게 제시하고, 공감을 얻고,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취임식에서 보여준 훌륭한 리더십(leadership)은 단단한 팔로우십(followership)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리더십과 팔로우십의 교류에서 빚어진 행복한 삶이 바로 정치의 지향점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과 없는’ 퇴임을 목표로 삼고자 한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된다. 일을 하다보면 반대하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난관을 뚫고 나가다보면 욕을 얻어먹기도 한다. 그것이 두려워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여론만 좇으면 큰 실수는 없겠지만 성과도 그만큼 적다. 미래를 내다보고 옳은 일을 향해 거침없이 달릴 준비가 돼 있음을 그들의 취임식에서 확인하고 싶다. 이제 막 출발점에서 선 그들, 희망에 부풀어 있는 그들에게 조금은 외람되지만 퇴임사가 엿보이는 취임사를 부탁한다. 퇴임식에서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4년을 보내기를 주문한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정명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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