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삶、 시의 자양분이 되다

 

스승·조상의 이야기 산문으로 풀어

40편의 작품…주한경 화가 삽화 참여

신필주(67·사진) 시인이 오랜만에 시집을 냈다. 일곱번째 시집 <시에 살고 고향에 살고>(푸른시와시인)이다.

지역 문단은 오랫동안 신 작가의 건강을 염려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오랜 침묵을 깨고 신 시인이 새 시집을 낸 것이다.

2011년 <아버지> 이후 7년 만이다. 시인 스스로도 ‘오래 여물쿼 온 꿈이라 가슴이 벅차다’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번 시집은 ‘나의스승 혜산 박두진 선생님’ ‘나의 할아버지’ ‘나의 할머니’ ‘나의 어머니’ ‘울산정착시’ ‘경주견문록’ ‘인천체류시’ ‘서울 기행시’ 8개의 큰 주제로 구성된다. 하나의 주제 아래 5편씩 모두 40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 신필주(67·사진) 시인

시집의 앞부분은 본인의 일생에 가장 큰 정신적 영향을 준 스승과 조상의 이야기를 산문 형식으로 썼다. 청록파 박두진 시인의 제자였던 신 작가는 스승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로 이어지는 그리움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뒷부분은 여러 지역을 순례하며 체험한 이야기를 적었다. 지역 문단에 대한 섭섭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애정과 좋은 글을 공유할 때의 희열이나 감동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여자아이가 나를 향해 외친다/저 사람 참 아까운 시인이야//나는 깜짝 놀랐다/낯선 마을의 아이가 나를 어떻게 알지?/우주 속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도 일어나는 것이 세상일//아이가 먼저 안다/말하지 않고 묻지않아도 잘 안다/내가 노을을 바라보며/못내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것/별을 기다려 창가에 오래 서 있다는 것/불빛이 사라져도 어둠 속에서 시를 쓴다는 것//낯선 땅의 낯선 아이는 모두 안다//아이야 고맙다/내가 상실한 꿈과 시인의 이름을/너는 모두 알고/나를 위로하는구나.’-‘아이가 먼저 안다’ 중에서

신 시인은 “파란만장한 나의 삶도 폭 넓은 시를 쓰는데 자양분이 되었으니, 이를 달갑게 받아들인다. 그동안 무명시인을 많이 만났다. 곳곳에서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음에 놀랐다. 이들을 위해서 시인이여, 부단히 고뇌하고 표현하자. 깨어있는 자만이 황폐한 이 시대를 순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필주 시인은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다벽에 기대어> <들꽃바람은 따뜻하다> 등이 있다.

이번 시집 삽화에는 서양화가 주한경씨가 참여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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