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철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전문의

진료를 하다 보면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환자를 종종 만나게 된다. 최근 내원한 60대 여포형 림프종 환자가 그렇다. 림프종으로 진단 받는 대부분의 환자가 그렇듯 그는 먼저 생소한 질환명에 암담해했다.

적극적으로 항암 치료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희망도 잠시, 환자는 다시 좌절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비급여라는 경제적 문턱 앞에 본인이 원하는 치료제가 아닌 다른 치료제를 사용해야 했던 것이다.

여포형 림프종 발생 환자는 연간 150여명 미만이어서 치료 접근성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모으기 쉽지 않다. 또한 다른 림프종과 유사하게 60대 이상 고령환자가 많아 치료효과와 독성의 균형을 고려한 치료법 선택이 중요하다.

미국 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NCCN)도 여포형 림프종 환자 치료 지침에 고령 및 항암제 독성이 취약한 환자를 위한 치료법을 따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도 비교적 항암치료 독성 프로파일이 양호한 치료법이 도입돼 있지만 현재 급여적용 케이스가 드물어 실질적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다행히 림프종 분야에 새로운 치료제가 계속 등장하며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여포형 림프종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한 심벤다는 아직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효과 좋은 약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 특히 여포형 림프종과 같이 환자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연령이 대부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림프종은 치료옵션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환자 수도 적다. 이 때문에 사회적 관심 및 정부의 지원으로부터 소외되는 일이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환자들의 실제 이익을 위한 급여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 등은 치료제 급여화 여부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독립적인 기구 및 전문인력을 갖추고, 효과를 인정받은 치료제는 환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 적응증을 획득한 치료제부터 급여화를 우선 검토하고,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의 국가적 관리 및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환자 수가 적더라도 치료의 사회적 필요성과 시급성이 있다면 빠른 급여화 검토가 고려돼야 한다. 여포형 림프종 환자와 가족들이 더 이상 희망고문 당하지 않도록, 정부의 관심 및 실질적인 지원이 강화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조재철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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