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중앙여고 교사

지난 16일 교육청 외솔회의실에서 ‘2018 울산학생 대토론 축제’ 행사가 있었다. 작년은 학생생활교육과에서 ‘학생권리보호 및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 만들기 울산 학생 대토론회’로 학생인권과 교권, 학교규칙과 생활규정과 관련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 지도교사로 참여, 학생들이 학교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올해는 창의인성교육과에서 토론 축제라는 형식으로 17개의 토론 카페를 개설했고 참가 학생의 희망에 따라 2가지의 주제를 선택하게 했다. 우리가 바라는 대입제도, 차별과 인식, 우리 땅 독도, 만18세 선거권, 진리와 행복한 삶 등 다양한 주제와 주제마다 논의를 이끌어 내는 원탁회의, 하브루타, 모서리 토론 등 다양한 토론 방식을 활용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역브레인스토밍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에서 활용한 형식이다. 우리가 바라지 않는 교육프로그램은 무엇인가를 가지고 학교의 현실을 바라보며, 각자 학교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아이들은 토론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현실에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상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찾아나가는 모습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올해 나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주제로 카페를 운영했다. 토론전문교사단으로 몇년간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논리를 갖춰 하는 형식의 토론이 지극히 감성적인 나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었기에 이번에는 철학적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주고받는 자유 토론 형식으로 진행해 보았다. 카페에 14명의 학생들은 꽤나 읽은 책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나름 자신만의 책에 대한 역사를 가진 친구들이었다. 자기소개를 마친 후 왜 이 주제를 선택했는지, 자신의 인생 책은 무엇인지를 이야기 나누면서 책을 읽으며 느낀 경험에서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하는 이유를 찾아내 보려는 탐색의 과정이었다.

2시간동안 책과 관련된 경험과 생각을 나누면서 공감하기도 했고 <인간실격> <리버보이> <데미안> <호모데우스> 등 다양한 책을 만났다. 대화 도중 <82년생 김지영>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격한 토론이 일어나 중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페 운영내내 가진 느낌은 왠지 모를 훈훈함이었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주제로 그동안 읽어온 책과 그동안 키워온 생각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니, 그리고 학교에서 교과 지식에 얽매인 대화가 아니고, 교사의 지도 아래 주고받는 딱딱하고 형식적 대화가 아닌 자신만의 언어로 이렇게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 그리고 슬그머니 학교에서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진지충으로 오해받는다고 지금처럼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학교와 도서관 혹은 교육청에서 하는 형식적 행사인 독서 활동이 아닌 책을 읽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활동을 얼마나 갈구하고 있는지를 느꼈다. 요즘 학교는 자율동아리에서 학생들이 주도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등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은 이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편안하고 즐거운 멍석을 더 많이 깔아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면 왜 책을 읽어야할까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양수진 울산중앙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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