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숙옹주 태실 비롯
유물·의례 4부 걸쳐 전시
‘조선왕실 아기씨의 탄생’
고궁박물관서 오늘 개막

▲ 성종의 태항아리.

태항아리는 아기가 태어나면 태(胎)를 깨끗하게 씻고 갈무리해 보관하던 도자기다. 태지석은 태의 주인공 이름과 출생일을 기록한 돌이다. 조선왕실은 아기가 태어나면 그 태를 항아리에 넣은 뒤 전국에 이름난 산을 찾아 태실을 만들어 태를 묻었다. 울산에도 태실과 태비(울주군 범서읍 사연리·울산유형문화재 12호)가 있었다. 1485년(성종 16)에 세워진 것으로, 태실의 주인공은 경숙옹주(敬淑翁主)였다. 1970년대 초 도굴되었으나, 다행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태항아리 2점과 태지(胎誌) 1점을 찾아 소장하고 있다.

조선왕실 유물을 관리하는 국립고궁박물관과 문헌을 연구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전국의 태실 유물을 한데모아 특별전을 마련한다. 전시회의 제목은 ‘조선왕실 아기씨의 탄생’. 국립고궁박물관 내 전시실에서 27일 개막한다.

이번 전시에는 경숙옹주의 아버지, 성종(1457~1494)의 태항아리와 태지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국 세 곳에 뿔뿔이 흩어져있던 성종의 태항아리와 태지석(胎誌石)이 약 90년 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 성종의 딸 경숙옹주의 태항아리.

성종의 태항아리 일괄 유물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겪어야했던 태항아리의 수난사를 상징한다. 유물 5점 중 백자 내항아리와 태지석은 서삼릉 발굴 이후 국립고궁박물관이 관리했으나, 백자 외항아리와 백자 뚜껑은 주인도 모르는 채 각각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었다. 고궁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이들 유물이 모두 성종 태실에서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부 ‘종사지경, 왕실의 번영을 바라다’에는 다산을 암시하는 석류 모양 장식이 달린 비녀,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포도 덩굴을 새긴 책상처럼 왕실 태교와 출산 유물이 나온다. 2부 ‘고고지성, 첫 울음이 울려 퍼지다’는 왕실의 출산을 관장하는 산실청(産室廳), 아기씨 양육을 담당한 보양청(輔養廳), 아기씨를 돌본 유모인 봉보부인(奉保夫人) 등의 의례와 기록을 공개한다. 3부에는 태실 조성 과정을 기록한 의궤, 태봉도(胎封圖) 등이 선보인다.

성종 태항아리와 경숙옹주의 태항아리, 고려대 박물관 소장품인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항아리(국보 제177호) 등 조선왕조의 태항아리는 대부분은 4부에 전시된다. 전시는 오는 9월2일까지. 홍영진기자·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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