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기능장 실기 시험지 유출

SNS 단체대화방서 답안 공유

관리위원·학원장등 3명 구속

부정행위 가담 71명은 입건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 출제·관리위원, 학원장, 수험생 등이 포함된 조직적 부정행위가 경찰에 적발됐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시험지를 유출하고, SNS 단체대화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답안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혐의(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로 시험장 관리위원 A(61)씨와 학원 원장 B(56)씨 등 3명을 구속하고, 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62회 전기기능장 실기 시험 기간 수험생에게 나눠주고 남은 시험지를 몰래 들고나와 복사해 팩스로 학원장 B씨에게 3회에 걸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를 통해 시험지를 전달받은 B씨는 이를 또 다른 전기학원 원장과 전기기능장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 C(46)씨에게 전달했다. 유출된 시험지는 순식간에 울산과 서울을 비롯해 안양, 당진, 대전, 수원, 천안 등 전국 7개 전기학원 원장에게 퍼졌다.

C씨 등은 전달받은 시험지를 풀이한 뒤 미리 만들어 둔 SNS 단체대화방에 답안을 공유했다. 이 대화방에는 사전에 모집된 각 전기학원 수강생 250여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58명은 실기시험을 위해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노트북을 이용해 C씨가 올려놓은 정답을 보고 답안지를 작성하는 부정행위를 했다.

또 실기시험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으로 각각 선정된 D(56)씨와 E(34)씨는 학원 수강생들에게 자신들이 출제한 문제를 배포해 특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전기학원원장인 E씨와 F(46)씨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어 실기 시험장의 감독위원으로 선정될 수 없음에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속이고, 감독위원으로 선정된 뒤 학원생들을 자신들이 감독위원으로 배정된 시험장에 원서 접수하게 한 후 시험 답안의 점수를 높게 채점해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각 회별 전기기능장 평균 합격률은 18%에 불구하나 이들이 감독위원으로 들어간 당시 전기기능장 실기 합격률은 55~77%에 달했고, 특히 소속 학원 수험생의 경우 응시한 15명 중 14명이 합격했다. 이들도 모두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시험을 관리 감독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서울의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이런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일당 중 주범 3명은 먼저 기소돼 최근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6단독 황보승혁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A·B·C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또 인터넷 파일 공유서비스를 활용해 시험 답안을 실시간으로 수험자들과 공유한 1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기기능장은 취득 시 관련 분야 취업과 승진, 수당 등에 큰 혜택이 있을 만큼 비중이 큰 자격증이기에 엄격한 관리를 위한 공단의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경찰 수사와 관련해 산업인력공단 측은 부정행위 방지대책으로 부정방지신고센터 설치운영과 금속탐지기를 활용한 통신기기 휴대 사전차단 및 처벌기준 강화를 이미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무선인터넷 차단 신 부정방지시스템 구축 등 국가자격시험의 공신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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