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외부환경은 수시로 변하지만 생명체는 항상 일정한 내적환경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항상성(恒常性)이라고 한다. 항상성을 상실한 개체는 안정적인 생명현상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 인체에는 나의 마음, 특히 감정과 무관한 객관적인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항상성 유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잘 조절된 인간의 감정(恒常心)이다. 감정은 자연스런 것이며 생존을 향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잘 조절되지 않은 감정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감정은 자극으로부터 분비된 내인성 분비물질의 지배를 받는다. 생명체는 자극과 분비의 역동적 반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긍정적인 자극에는 긍정적인, 부정적인 자극(stressor)에는 부정적인 물질이 분비된다. 일단 분출되었다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고 호흡이 빨라지는 이유는 부정적인 작용을 하는 물질이 분비되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틀어막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는 거의 인간의 영역 밖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분비된 물질을 보다 빨리 제거하는 것은 약물이나 기타의 도움 없이도 가능하다. 반대 작용을 하는 물질을 분비시켜 이를 중화시키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 하나를 소개하면 우선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최대한 참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횡경막이 이완되면서 반대작용을 하는 물질이 분비된다.

깊은 호흡과 명상, 운동이나 율동도 비슷한 이치로 우리 몸에 분비된 부정적인 분비물질을 중화시킨다. 이들이 부정적 분비물질을 소멸시키는 의학적 메커니즘은 이미 오래전에 밝혀진 것이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고통의 소멸을 구하지 않고 고통을 극복하는 마음을 얻고자 기도했다고 한다. 타고르가 얻고자 했던 것이 바로 항상심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에 의존하면 우리는 모두 환자가 되고 만다.

항상심을 유지할 때 생겨나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은 노벨 물리학자 에르빈 슈레딩거가 말했듯이 음의 엔트로피로 작용하여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한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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