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에는 선사마을공원이 있다. 집자리터와 유물전시관, 산책로, 파고라 등이 갖춰져 있어 역사적 의미가 있는 동네공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듯한데 이상하게도 찾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구영리 주민들조차 잘 알지 못한다. 구영리 일대를 주택지로 개발하면서 지난 역사를 되살리는 의미에서 만든 역사공원이지만 주민들의 동선과 무관한 변두리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구영리가 3만2000여명이 밀집된 복잡한 주택지로서 공원이 절실한 지역임에도 선사마을공원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울주군이 이 선사마을공원을 주변 야산과 함께 재단장해 생태공원화하겠다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하다. 선사마을공원은 본래의 취지를 살려 시설을 정비해 활용도를 높이고 그 앞에 자리한 야산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공원이 될 수 있다. 상가와 선사마을공원 사이에 있는 이 야산은 이용자가 드물긴 하지만 선바위도서관과 연결되는 산길도 나 있다. 선사마을공원­야산­선바위도서관으로 이어지는 활용도 높은 공원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울주군의 계획을 보면 선사마을공원은 선사유물전시관을 재정비하고 실물크기 움집을 전시, 발굴 체험까지 가능하게 하는 한편 밤나무가 많은 야산은 산수유·대추나무 등 유실수 추가해 수확체험공간으로 조성된다. 또 조류 관찰데크 조성, 생태 놀이터도 조성한다. 6만2000여㎡의 역사·자연공원이 생길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한편으론 우려도 없지 않다. 자칫 지나친 단장으로 역사공원이 체험시설로 바뀌고 야산이 과수원처럼 다듬어진다면 말로만 생태공원형 자연마당일뿐 자연형 공원의 장점은 사라지고 유치원생들의 체험공간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영리 선사마을공원은 구영리에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역사성을 보존한 공간이다. 사라져가고 있는 본래의 목적을 되살리면서 남녀노소 모든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자연형역사공원이 바람직하다.

앞서 2002년 우리는 남구 무거동 옥현지구를 주택지로 개발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청동기 시대 논농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적지를 없애는 대신 옥현유적전시관을 만들었으나 본래 취지를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2014년 폐관한 경험이 있다. 반면 2016년 혁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삼국시대 축조된 제방유적이 사라지게 되자 제방의 단면을 그대로 활용한 제방유적전시관을 만들어 호응을 얻고 있다. 2008년 대곡댐 조성 때 만든 대곡박물관도 10여년째 활발한 기획전으로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역사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사마을공원 재단장 사업에도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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