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의 결재 1호는 ‘시민이 주인인 열린 울산을 위한 시민신문고위원회 구성·운영 계획’이다. 민선 7기 송철호號의 정책슬로건인 ‘새로운 울산, 시민이 주인이다’와 상통한다. 송 시장은 취임식이 권위적이라 하여 출범식으로 바꾸고 내빈소개와 축사 등을 없앤다고 한다. 그 자리를 신문고를 두드리는 퍼포먼스가 대신한다. 진보정치의 서막과 23년 보수정치의 폐막을 동시에 알리는 일성(一聲)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변화를 강조하다보면 또다른 겉치레와 새로운 소외계층을 만들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편가름은 안 된다. 지지자가 아닌 그들도 시민이다. 포용과 화합이 전제될 때 성공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포용과 화합은 울산을 넘어 대구·경북으로 나아가야 한다. 울산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맑은 물 공급과 암각화 보존이 대구·경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민선 7기 이들 지역의 단체장 구성이 울산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 됐다. 재선에 성공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지만 대구 수돗물의 안전을 위해 “시장직을 걸고 대구 취수원을 낙동강 상류인 구미 해평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권 시장은 지난 임기에서도 같은 주장을 해왔으나 같은 한국당 출신의 남영진 구미시장의 반대로 발목이 잡혀 있었다. 이번에 당선된 장세용 구미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울산으로선 줄탁동시의 기회다. 알 속의 병아리와 알 밖의 어미가 동시에 알을 쪼아 병아리를 탄생시키듯 송철호 울산시장이 당내 협조를 이끌어내는 한편 초당적 협상력을 발휘한다면 해법이 나올 듯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도 한몫 거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건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대구가 취수원을 옮기는 것은 대구·구미시장과의 협상으로 끝나지만 울산에 운문댐 등의 경북지역 댐물을 공급해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이철우 경북지사와 해당 기초단체장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다. 운문댐 물 속에 대구 몫으로 30만t이 배정돼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심각한 가뭄으로 댐이 마르는 경험을 한 몽리민(蒙利民)이 쉽사리 승락할 것 같지는 않다. 송철호 시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영천댐, 안동댐도 경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시간이 많지 않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2020년 4월15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면 벌써 선거정국이 된다. 식수에 대해서는 어느 지역이나 예민하다. 표를 좇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울산에 우호적인 의견을 낼 리가 만무하다. 적어도 올해 안에 협의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에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또다시 하세월이 예상된다. 초당적 포용과 화합을 바탕으로 고삐를 바짝 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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