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이 2일 취임식을 가졌다.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을 주제로 한 취임사에서 송시장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일자리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현황판을 만들어놓고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했음에도 실업률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일자리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면 경제활성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송시장은 “호황기 때의 안일함과 안주가 퇴행과 정체를 불렀다”고 진단하고 “정책적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일자리 해법을 공공근로 등의 임시단기직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육성에서 찾기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대기업 생산공장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울산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하지 않는 장기적 방향 설정이 돋보인다. 하지만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안주해 있는 지역 중소기업의 역량강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디자인과 마케팅 등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시민고충처리위원회와 노·사·민·정 화백회의 운영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도 정권교체를 실감하게 하는 행정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노하우가 발휘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문화행사로 유일하게 거론한 국제환경영화제도 눈길을 끈다. 영화제는 송시장을 포함한 문화계 인사들이 20여년전 추진위를 구성해 논의했던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행사를 시도하는 것은 좋으나 울주군 주최로 막 태동한 세계산악영화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도 크다.

이날 취임사는 2585자 분량으로 간략하다. 경제를 시작으로 문화, 복지, 환경, 안전 등을 두루 언급하고는 있으나 경제 분야의 일부를 제외하곤 구체성이나 새로운 전략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엇보다 시정 운영 철학을 엿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역사에 남을 명문장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 시장의 취임사라면 시민들이 그의 시정철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송시장은 ‘시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울산’을 만들겠다고 했다. 불특정 다수가 새로운 것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철학의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학의 공유 없이는 성공가능성도 낮다. 특히 행정의 수장인 시장과 공무원들의 철학 공유는 시정 전반의 통일성과 예측가능한 행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취임사를 여러번 곱씹어봐도 송시장이 말하는 ‘새로운 울산’이 어떤 도시인지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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