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부족으로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절차를 밟고 있다.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기본급 7.9% 인상, 성과급 최소 250% 지급 등을 제시하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해놓고 있다. 한편으로 노조는 하청노동자를 조합원으로 포함하는 1사1노조를 두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집행부는 “현대중공업 안에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를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 강력한 투쟁대오를 형성하는 조직화 사업의 일환으로 노동자 공동체와 차별철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현장조직 ‘노동자중심’은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면 몽상가일뿐”이라며 “어느 사업장에서도 성공적인 사례가 없는데 집행부는 조합원들과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한다”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 노노갈등의 충돌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수주 절벽 여파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달부터 당장 5600여명의 고용문제가 달린 해양플랜트 사업이 조업중단을 맞을 정도로 위기에 몰린 회사 노조의 행보가 맞나 싶다. 고통분담을 자청하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측과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파업 운운하며 회사와 맞서 싸울 힘을 키우는데 골몰해서야 되겠는가. 노조가 올해도 파업을 벌이게 되면 2014년 이후 5년 연속이다. 향후 수주 활동에 악영향은 물론 경영정상화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 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1600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2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중국과 싱가포르 경쟁업체에 원가경쟁력에서 밀려 매번 수주에 실패,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심리학에 인지부조화 이론이 있다. 어떠한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한 후 이전의 신념, 느낌 가치들과 반대되는 정보를 들었을 때 겪는 갈등상태를 말한다. 자신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사람의 인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을 때 그 부조화를 감소시키려 회피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심지어 옳지 못한 결정을 내렸을 때조차도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사실에 집착한다. 인지 부조화의 가장 큰 무서움은 잘못된 맹신으로 스스로 비판하는 감각을 잃어버리고 아집과 억지 부림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암초에 걸려 가라앉는 배의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놓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강력투쟁방침이 마음에 걸린다. 위기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하물며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혹시라도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미명(美名)이 주는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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