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기본정책 신중하게 세우고
마찰·애로 요인 최소화 적절한 조치
정책 유연성 유지 물흐르듯 추진해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6·13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여당은 압승을 거뒀다. 그 간의 여러 가지 분석과 평가를 종합해 결론을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정책추진에 커다란 동력을 얻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이후 한국의 경제 상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이 빨간불을 켠지도 한참이나 되었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이 경질됐다. 홍장표 경제수석의 경질은 소득주도성장으로부터의 궤도수정이 아닌가 하는 섣부른 추측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5월부터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간에 경기관련 논쟁이 격렬했던 터였다.

게다가 최근 한국의 자본시장이 매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지수가 심리적 마지노선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유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부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상승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지난 6월13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75~2.0%로 0.25%p 인상했고, 이에 따라 지난 3월 10년7개월만에 역전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0.25%p에서 0.50%p로 확대됐다. 한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는 분명 한·미 금리격차가 0.75%p 또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니 달러 자금이 한국 시장을 이탈하려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달러화 상승에 불을 댕기게 된다. 세계 1, 2위의 경제대국이 충돌하면서 글로벌경제상황이 험악해지자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폭증, 달러화 강세가 연출되고 있다. 더욱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들 중 미국계의 비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게 되고 그것이 한국 자본시장의 양대 지수를 끌어내리게 되며 한국경제가 전반적으로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분명하다. 공화당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해야 그가 러시아 스캔들에서 비롯된 탄핵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2020년의 미국 대선에서 재선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수단으로 북한 비핵화와 대중국 무역전쟁을 동원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이 삼각파도에 휩쓸려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에 대한 희망사항의 크기를 국민들에게 잔뜩 키워 놓았다.

하지만 중국이 끼어들면서 비핵화 협상 진전이 지지부진해지고, 그 결과 소위 남북경협과 관련된 건설, 철도, 도로, 비료, 가스관 등의 분야에서 5배 내지 10배 가까이 폭등했던 주식가격이 반토막 났으며, 밑을 알 수 없는 폭락의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론 주식투자 결과는 투자자 개개인들의 책임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거품을 끼게 한 것이 누구인지, 그 결과 수혜자가 누구였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정치나 경제정책은 물 흐르듯 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기본적 정책방향은 신중하게 짜야하지만 그 위에 마찰요소나 애로요인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그때그때 반영하면서 정책적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금리를 높여야 한다면 때맞춰 높여야 하고, 대북 경협의 현실적 한계를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은 그래야 하며, 정책방향이 잘못되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그것을 수정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정치와 경제에는 물 흐르듯 하는 정책추진이 절대로 필요하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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